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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새 회계기준 적용 폭풍전야, 제2의 알리안츠생명 나오나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4-08 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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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리안츠생명이 중국의 안방보험그룹에 35억원의 헐값에 매각된 뒤 보험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될 경우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속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알리안츠가 급하게 손을 턴 이유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안방보험에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 1채 가격에 불과한 35억원에 팔린 뒤 보험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보험사 새 회계기준 적용 폭풍전야, 제2의 알리안츠생명 나오나  
▲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헐값’에 회사가 매각됐기 때문이다.

알리안츠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규모 16조6519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에 올라있다.  독일 알리안츠가 지금까지 한국법인에 쏟아부은 돈만 1조2천억원 이상이다. 여의도에 있는 알리안츠빌딩 가치만 따져도 1800억원이 넘는다.

알리안츠는 이런 회사를 불과 단돈 35억원에 팔고 황급히 한국을 떠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시장 적응 실패와 강성 노조, 저금리 등 겉으로 드러난 철수요인 외에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전직 고위 임원은 “알리안츠는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향후 2~3년 동안 1조원이 넘는 돈을 더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 상황에서 독일 본사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국에서 손 털고 나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현재 이전보다 강화된 회계기준(IFRS4)을 적용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유럽에 본사를 둔 모든 금융사 해외법인에도 똑같이 강화된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솔벤시2(Solvency2)'라는 규정인데 이는 부채를 평가할 때 장부가가 아니라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렇게 되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솔벤시2가 적용되면 미래의 예상손실을 현재 자산가치에 미리 포함해 지급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럽의 회계기준 강화에 따른 추가자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알리안츠그룹이 매각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알리안츠그룹으로서는 당장 매각대금으로 2천~3천억원을 건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며 “그보다 몇배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험업계, ‘올 것이 오고 있다’

문제는 새 회계기준이 4년 뒤 한국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2020년 보험사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험사 새 회계기준 적용 폭풍전야, 제2의 알리안츠생명 나오나  
▲ 새 회계기준(IFRS4) 적용을 앞두고 보험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 생명보험회사 건물 전경.
IFRS4는 총 43개 국제회계 기준 가운데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2011년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회사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았지만 보험계약 부문에서는 도입시기를 1~2단계로 나눠 한동안 기존 회계관행을 인정하는 유예기간을 뒀다.

IFRS4 2단계 기준을 단순 적용할 경우 보험업권의 총자본금은 59조 원에서 17조 원으로 급감하게 된다. 대신 보험부채는 2014년 회계기준으로 42조 원 증가한다.

특히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격이 불가피하다.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수십조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도 불과 35억원에 매각된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서는 ‘올 것이 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 고금리시절에 확정금리형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은 특히 위기의식이 높다.

생명보험사의 관계자는 “당장 10년 전에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이 조금씩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곧 회계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몇 년 사이에 망하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온다”며 “법적으로 보험사가 망하면 해당 계약을 다른 보험사에서 인수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이어지면 보험업계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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