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지역별로 배터리소재사업을 수직계열화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5각' 생산체제를 갖추기로 하며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와 배터리소재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어 두 사업 모두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LG화학이 전기차배터리의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을 미국에서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미국은 향후 분리막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다만 분리막 등 배터리소재사업의 글로벌 생산거점을 마련한다는 큰 틀은 맞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분리막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결정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분리막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10월27일 일본 도레이와 함께 유럽 헝가리에 분리막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신 부회장이 미국에서도 분리막 생산을 고려하고 있는 일은 지역별로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배터리소재사업으로 현재 양극재,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을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소재 4개(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배터리) 가운데 양극재와 분리막 중심으로 글로벌 지역별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최근 미국에서 양극재를 직접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을 올해 8만 톤에서 2026년 26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확대 대상지역 가운데 하나로 미국을 놓고 있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증설계획과 맞물려 LG화학 분리막 미국 진출까지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사업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미국 진출은 수직계열화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고객사를 넓히려는 뜻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분리막사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LG화학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과 미국 중국,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5각 배터리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네 지역에서는 이미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만 2025년까지 15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최근 제너럴모터스(GM) 외에도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화학은 헝가리에서 생산할 분리막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을 중심으로 납품한다. 또 양극재를 유럽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분리막과 양극재 수직계열화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LG화학은 중국에서 이미 양극재와 양극재소재까지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LG화학은 중국에서 전구체-양극재-배터리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 전 단계의 원료로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을 결합하여 제조하고 여기에 리튬을 더하면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가 된다.
LG화학은 1일 LG전자의 화학·전자재료(CEM) 사업부를 첨단소재사업본부에 통합하는 작업을 마치고 분리막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CEM사업부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도 분리막 코팅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분리막 원단필름 제조설비도 갖춘다면 중국에서도 양극재 및 분리막소재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사업과 LG화학 자체의 배터리소재사업을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배터리 수직계열화는 배터리사업에서 배터리소재의 원활한 수급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LG화학은 최근 증권사와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배터리사업과 관련해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단기적 마진율 추가 개선여력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직계열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LG화학 자체의 배터리소재사업을 확장하는 데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 글로벌 2위 사업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확실한 무기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배터리소재사업의 확실한 외형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LG화학은 배터리소재를 포함한 첨단소재사업부문 매출 목표를 2026년 12조 원으로 설정했다. 이 가운데 양극재와 분리막 등 배터리소재에서 8조 원을 거둔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첨단소재사업부문 전체 매출 2조5635억 원과 비교해보면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배터리소재에서 수직계열화 등 여러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분리막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세계 1위 종합 전지소재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소재사업을 육성해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의 심장인 핵심소재는 LG화학이 책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