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1-11-01 15: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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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수소연료전지사업에서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정형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은 그룹 수소연료전지사업 중심에 서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생산라인 구축을 시작으로 미래 주도권 다툼에 대비하고 있다.
▲ 정형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
1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올해 초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 아래 수소태스크포스팀(TFT) 설립에 이어 용인시에 두산그룹연구소 건립을 통해 수소사업에서 그룹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은 수원, 화성, 군포, 분당 등에 흩어져 있는 그룹의 연구개발시설을 한 데로 모은 두산그룹연구소의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22년 하반기까지 수소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시설들을 가장 먼저 설치하겠다는 계획를 세웠다. 수소 관련 기술과 인프라 등을 원활하게 공유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소에는 두산그룹이 수소연료전지 개발역량을 한 곳에 집중한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도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은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두산 아래 9월 말 설립됐다.
두산그룹이 수소사업 가운데 가장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로 수소연료전지가 꼽힌다.
두산그룹은 이런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 설립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사업 안에서도 시너지를 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과 함께 두산중공업 아래 두산퓨얼셀과 두산 아래 퓨얼셀아메리카가 수소연료전지사업을 하고 있다.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은 퓨얼셀아메리카의 인산형 연료전지(PAFC) 핵심기술을 활용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이를 활용한 영업을 두산퓨얼셀과 퓨얼셀아메리카가 펼치는 식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이 수소연료전지분야에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두산퓨얼셀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은 기존 주력인 인산형 연료전지에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로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개발이 완료되면 제조부터 기술 개량, 추가적 사업모델 개발, 영업 등 모든 가치사슬(밸류체인)에 걸쳐 두산퓨얼셀이 중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에이치투이노베이션 설립에 발맞춰 2024년 생산을 목표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생산라인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도 했다.
정형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으로서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통한 제품 다각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상반기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시장 수주 점유율이 크게 후퇴했다. 두산퓨얼셀의 국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시장 수주 점유율을 보면 2019년 73%, 2020년 70%에서 올해 상반기 10%로 급감했다.
이를 놓고 연료전지업계에서는 SK에코플랜트와 미국 연료전지 제조사 블룸에너지의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시선이 많다.
블룸SK퓨얼셀의 주력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두산퓨얼셀의 인산형 연료전지보다 최대 발전효율이 15%가량 높은 것이 장점이다. 현재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발전용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당분간 글로벌 수소연료전지시장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퓨얼셀에게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지금껏 지켜왔던 국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시장 1위 사업자 유지뿐 아니라 글로벌 수소연료전지시장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필수라고 볼 수 있다.
두산그룹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작동 온도를 현재 상용화한 750도에서 620도로 낮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발전용뿐 아니라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개발도 함께 진행한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정 사장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생산까지 기존 제품을 활용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는 일도 달성해야 한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누적수주 28MW(메가와트)로 연간 수주목표 142MW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다만 두산퓨얼셀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뒤 올해 수주목표치를 내려 잡지 않으며 일감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올해 두산퓨얼셀의 수주목표 달성을 긍정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연료전지 관련 법제화가 지연되며 두산퓨얼셀의 수주계약이 뒤로 밀렸지만 이미 고객사들과 수주를 놓고 사전협의가 사실상 확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정형락 사장은 두산그룹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거친 전문가로 꼽혀 두산퓨얼셀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정 사장은 1969년에 태어나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를 거쳐 2011년 두산중공업 전략기획총괄 전무로 입사했다.
2014년부터 두산 초대 퓨얼셀BG(비즈니스그룹)장 사장을 맡아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총괄해 왔으며 2019년부터는 퓨얼셀아메리카 대표이사를 지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두산퓨얼셀이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사업 다각화에 주력할 것이다”며 “3분기까지 일부 프로젝트가 지연돼 누적 수주규모가 다소 작지만 연내 계획된 수주가 추가로 이뤄지면 올해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