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누리는 새로운 경험'과 '제품 사이 연결로 가치있는 일상 만들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최근 펼치는 가전시장 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왼쪽)과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 |
LG전자는 코로나19 뒤 비대면 확산에 따라 집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신가전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기기를 중심으로 한 제품 사이 연결로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31일 가전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전시장에서 상대제품을 벤치마크하며 비슷한 전략으로 경쟁했으나 최근에는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장전략을 펼치고 있다.
◆ LG전자 "신가전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시"
27~29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렸던 국내 최대 전자전시회 '한국전자전(KES2021)’에서도 두 회사의 차별화된 전략이 여실히 나타났다.
LG전자는 미국 월풀을 제치고 올해 세계 가전 매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명가의 제품 개발력을 앞세워 집안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신가전에 최근 힘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제품으로는 이동식TV ‘스탠바이미’과 식물재배기 'LG틔운' 등이 꼽힌다.
스탠바이미는 무빙스탠드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다. 원하는 곳으로 움직여 사용할 수 있으며 전원 연결 없이도 최장 3시간 동안 시청할 수 있다.
스탠바이미는 TV모니터를 위아래 25도, 좌우 60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이동식TV와 차별화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스탠바이미는 집에서 많이 움직이거나 소파나 침대 등에서도 TV를 편하게 보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출시 초기임에도 스탠바이미를 향한 소비자 반응이 심상치 않다.
중고시장에서는 스탠바이미를 웃돈을 얹어 사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롯데홈쇼핑이 쇼핑행사 ‘대한민국 광클절’에서 최근 스탠바이미를 시간한정 특가제품으로 선보였는데 내놓자 마자 준비된 물량이 바로 소진됐다.
LG전자는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피부관리가전 프라엘에 이어 식물재배기 LG틔운도 신가전 전략제품으로 키우기 위해 나섰다.
LG틔운은 집안에서 채소 등 식물을 기를 수 있는 가전을 말한다. LG전자가 개발한 식물재배기는 물을 일정시간마다 식물에 자동 공급하고 식물생장용LED로 빛을 공급해 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식물재배기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일도 가능하다. 사용자는 식물재배기에 씨앗, 토양, 비료 등이 포함된 씨앗 패키지를 넣기만 하면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지만 LG틔운 렌털사업을 이른 시일 안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식물재배기시장은 아직 규모가 미미하지만 렌탈사업으로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만큼 소비자 저변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고급가전 LG오브제컬렉션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오브제컬렉션은 LG전자가 3분기 사상최대 매출액을 올리는 데 1등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심으로 가전 연결해 삶의 질 높인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세계1위인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연결성을 내세워 가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가전제품 사이 연결로 소비자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가치있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전제품 연결의 중심에는 '스마트싱스'가 있다. 스마트싱스는 스마트폰 인공지능 빅스비와 연동해 삼성전자 가전을 비롯해 세계 2500개가 넘는 가전을 연동해 제어·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삼성전자 가전과 같은 통신규격을 사용한다면 다른 브랜드 제품조차도 간단한 조작을 통해 홈 사물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이나 갤럭시북을 허브로 해서 가전제품들을 사물인터넷으로 연동해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보관된 밀키트를 인사이드뷰 기능으로 선택해 바코드를 스캔하면 비스포크 쿠커의 스캔쿡 기능과 연동돼 자동으로 조리가 세팅되는 식이다. 세탁기 비스포크 그랑데 AI와 비스포크 에어드레서를 갤럭시 Z 플립3와 연동해 의류관리를 할 수도 있다.
물론 LG전자도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LG씽큐’로 가전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하고 있으나 올해 스마트폰사업을 정리하면서 ‘모바일 허브’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브랜드를 앞세워 가전시장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비스포크 브랜드는 냉장고에서 출발했는데 올해 5월 전체 가전제품에 이어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까지 적용범위를 넓혔다.
비스포크는 생산 과정을 모듈화한 빌트인가전제품이다. 비스포크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가 360개 색상으로 구성된 '프리즘컬러'에서 원하는 색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LG전자를 비롯해 경쟁사들도 가전제품 색상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비스포크의 다양한 색상에는 미치지 못하며 새 제조공법 ‘프리즘 360 글래스 컬러링’으로 생산성도 삼성전자가 앞서간다는 평가가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구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