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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KB금융지주의 양손에 기회와 모험이 동시에 쥐어졌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로 대형증권사를 만들어 KB국민은행과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현대증권 인수가격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KB금융, 한국판 BoA-메릴린치 만들 기회”
윤 회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KB금융에서 지향하는 유니버설 뱅킹의 대표사례”라며 “국민은행과 현대증권의 시너지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을 합병하면 자기자본 3조9천억 원의 대형 증권사로 재탄생한다. 윤 회장은 여기에 국민은행을 더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08년 메릴린치증권을 인수합병했다. 그 뒤 전체 영업수익에서 자산관리(WM)의 비중을 10%에서 21%로, 기업투자금융(CIB)의 비중을 16%에서 38%로 끌어올리는 등 수익성을 크게 강화했다.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와 수익구조 재편계획을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는 비은행사업의 다각화와 시너지 발생 등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은행, 증권, 보험 등 복합금융이 시대적 대세인 만큼 KB금융의 대형 증권사 인수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국민은행에서 보유한 금융자산 1억 원 이상의 고객 35만 명을 즉각 증권사의 자산관리와 연계할 것”이라며 “1년 평균 50% 이상의 자산성장률을 기록한 은행과 증권 복합점포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증권은 소매금융(리테일)과 투자금융(IB), KB투자증권은 기업금융에서 각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사업영역이 서로 겹치지 않아 합병 시너지를 내기 쉽다는 것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KB투자증권은 제한된 중소형사업에서 대형 투자금융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증권도 기존의 영업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에 따른 수혜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승자의 저주’ 피할까
KB금융은 현대증권 지분 22.56%의 인수가격으로 1조 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의 31일 종가 6870원을 고려하면 시가의 3배에 이른다.
최정욱 연구원은 “KB금융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인수가격 1조 원 안팎은 지난해 말 현대증권의 순자산가치와 비교해 약 1.33배 수준”이라며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고려하면 다소 비싸다”고 평가했다.
윤 회장은 KB금융의 사내유보금과 회사채 발행 등으로 인수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증권이 2조 원 이상의 우발채무를 안고 있어 향후 KB금융에 재무적 부담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합병 이후 시너지를 빠르게 창출하지 못하면 고액인수 논란이 불붙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윤 회장의 책임론이 터져나오게 된다.
윤 회장은 KB금융의 성장동력 확충을 근거로 시가보다 훨씬 높은 인수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시너지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증권업황의 변화에 따라 단기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의 지속가능한 자기자본이익률은 5~6% 수준이며 수익원도 브로커리지에 치중돼 KB금융의 순이익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힘들다”며 “금융상품 공급, 기업투자금융과 자산관리 강화 등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