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이 자율운항선박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내정자 겸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은 그룹 지주사와 조선 중간지주사를 총괄하면서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한국조선해양 자율운항선박 기술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오늘Who] 한국조선해양 자율운항선박 집중, 정기선 계열사 역량 결집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내정자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


27일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자율운항 시험운항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자동화 수준을 높여 사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선박’으로 정의하고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자율운항 시스템이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선박, 2단계는 선원이 탑승한 상태로 시스템이 운항을 제어하는 선박, 3단계는 선원이 안전 등의 관리만 수행하고 시스템이 제어를 총괄하는 선박, 4단계는 무인화에 이른 완전 자율운항선박이다.

이번 시험운항에서는 자율운항선박 솔루션 전문기업 아비커스 주도로 최소 2단계 수준의 기술이 구현된다. 현재까지 대형상선에 국제해사기구 자율운항선박 2단계 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한국조선해양은 그룹 계열사의 기술력을 모아 자율운항선박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 자율운항선박 전문기업 아비커스를 설립해 현대중공업지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비커스는 6월 자체개발한 ‘하이나스(HiNAS)’를 적용해 12인승 소형크루즈선박의 3단계 수준의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하이나스는 인공지능 및 증강현실(AR) 기반의 선박용 자율운항시스템이다.

아비커스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조선 및 해양산업전(코마린, Kormarine) 2021’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을 대표해 자율운항선박 기술로 하이나스를 소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시스템을 앞으로 건조할 선박에 탑재해 자율운항선박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로 선박 서비스·제어시스템 및 개조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도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는 데 주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스마트선박 솔루션과 디지털관제센터를 구축해 선박 운항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솔루션과 이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기선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해 자율운항선박시장 선점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자율운항선박 관련 역량을 키우고 있는 그룹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깊게 관여해왔다.

사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아비커스의 설립은 정 사장이 이끈 미래위원회 활동의 핵심 결과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현대중공업그룹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디지털 관련 신사업 아이디어 구체화를 도맡아왔다.

2016년 말 출범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사장이 2017년 11월부터 대표를 맡아 직접 성장을 이끌어 온 계열사다.

정 사장은 12일 현대중공업그룹 2021년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과 함께 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조선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조선해양과 아비커스 및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자회사로 둔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에 오르는 만큼 더 높은 자리에서 자율운항선박사업을 총괄할 수 있게 된다.

정 사장은 3월 한국투자공사(KIC)와 ‘해외 선진기술업체 공동투자’를 위한 협약을 맺는 자리에도 현대중공업지주를 대표해 참석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 자리에서 선박 자율운항 등 신기술을 투자분야 가장 앞에 내세우기도 했다.

자율운항선박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데이터분석 등 다양한 디지털 핵심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고부가가치선박으로 꼽힌다. 그만큼 빠른 시장 성장도 예상된다.

시장 조사기관 어큐트마켓리포트(Acute Market Report)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관련 시장의 규모는 올해 95조 원에서 2025년 18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자율운항선박이 2025년 12만 척에서 2045년 101만 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자율운항선박산업 육성에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해양수산부는 14일 자율운항선박기술 개발 촉진과 조기 상용화를 위해 2030년까지 추진할 주요 과제를 담은 ‘자율운항선박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을 마련하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보고했다. 이 로드맵은 자율운항선박 관련 개념과 장비 표준화의 기준 마련, 인프라 구축, 사고 때 안전기준 정립 등을 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운항선박기술 고도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다”며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으로 조선해양산업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