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
김남구 부회장은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 2020’ 을 세웠는데 이를 위한 행로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 부회장은 이번 실패를 거울 삼아 신규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
|
▲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
1일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 이어 또 분루를 삼키게 됐다.
김 부회장은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에 맞춰 현대증권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3조3천억원 수준의 현대증권과 자기자본 3조4천억원 수준인 한국투자증권이 합쳐지면 국내 선두권 증권사가 되면서 해외에서 글로벌 투자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는데, 경쟁에서 지는 바람에 아쉬움이 더 커졌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본의 노무라증권이나 중국의 대형증권사들과 경쟁해 아시아 최고가 되려면 무엇보다 회사의 덩치가 커져야 한다”며 “현대증권은 영업력이 좋은 데다 최근 실적이 개선돼 우리가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현대증권 인수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한국투자금융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적어내며 승부수를 던졌다. KB금융지주가 써낸 금액과 차이는 불과 5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 입장에서 현대증권 인수에 실패하면서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금융투자업계 새판짜기 구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인수전에 실패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 합병 기준)과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 기준), 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5위로 밀려났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의 자기자본 규모가 약 5조8천억원, NH투자증권이 4조5288억원,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이 4조원 안팎으로 3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한국투자증권은 금융투자업계의 '덩치 싸움'에서 한 걸음 밀리게 된 것이다.
김 부회장으로서 한국투자증권이 라이벌인 미래에셋증권과 격차가 벌어진 점도 뼈아프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1990년대 말 동원증권(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을 퇴직해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한 이후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계속해 왔다.
한국투자금융 관계자는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회사 내부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다”며 “이번 실패의 경험을 내실을 다지고 내부역량을 높여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2008년 베트남시장에 진출했는데 이런 경험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아 설립한 카카오뱅크의 수익성을 높이면서 신규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