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존 D램 생산라인을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익성이 비교적 낮은 저사양 D램의 생산비중을 줄여 공급과잉 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분야에서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램 등 반도체 설비투자 관련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나온다.
D램업황이 그동안 강세를 보이다 4분기부터 약세로 전환한 뒤 내년 말까지 공급과잉 상태를 지속해 반도체기업들 실적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95%에 가까운 점유율로 세계 D램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만큼 이런 기업의 시설투자 계획에 따라서 향후 업황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선 D램 가격 하락에 가장 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오래된 공정기술 기반의 D램 생산라인을 구조조정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옛 공정을 활용하는 D램 생산라인은 최신 공정과 비교해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제품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낮아 D램 수요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경기도 화성 반도체공장의 13라인,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M10공장 생산라인을 D램에서 시스템반도체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투자를 점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D램 평균가격이 올해까지 상승세를 지속하자 전환투자 속도를 늦추고 고객사 수요에 대응해 D램 출하량을 늘리는 데 주력해 왔다.
최근 D램 공급과잉 가능성을 예측하는 증권사 및 시장 조사기관들의 전망이 힘을 얻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전환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전환투자도 재개될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며 “전환투자가 D램 생산 효율성 높이기와 시스템반도체 생산 증대에 모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에서 전환투자를 추진하는 화성 13라인의 D램 출하량이 세계 연간 D램 생산량에서 약 5%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D램 생산라인을 시스템반도체로 전환한다면 시장 점유율이 축소돼 주된 현금창출 역할을 하는 D램사업에서 경쟁사들에 추격을 허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모두 내년에 D램 생산투자를 자제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기존 D램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해도 다른 공장에서 수율 안정화 등 효과로 반도체 출하량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D램 출하량 증가율을 시장 전체 수준과 비슷하게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옛 공정 기반의 D램 생산라인을 이미지센서로 전환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SK하이닉스가 생산하던 이미지센서는 대부분 시스템반도체 전용인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졌는데 앞으로는 D램 공정에 사용되는 12인치 웨이퍼도 활용하게 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2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면 양적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다만 이미지센서 증설 등 계획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라인 전환투자는 결국 D램 업황이 악화하는 기간을 단축하고 시스템반도체 수요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며 공급부족 사태도 벌어지고 있어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이 실적에 기여하는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도체기업들의 D램 출하량이 예상보다 줄어들면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져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를 극복하고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하다.
마이크론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램의 수익성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 출하량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며 재고 관리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출하량이 수요보다 빠르게 증가하며 공급과잉을 이끌 공산이 크다”며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일제히 생산계획을 보수적으로 전환하고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환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업황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