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노조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삼성화재 노사 임금협상 중단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삼성화재 안팎에 따르면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가 교섭중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재판부에서 가처분을 취소하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앞서 삼성화재 노조는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삼성화재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의 단체교섭을 중지하라는 가처분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소송에서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설립 과정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가 노조로 전환된 조직이다.
삼성화재 노조는 지난해 3월 설립돼 삼성화재와 단체협약 등을 체결했으나 올해 4월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설립되면서 단체교섭권을 지니는 과반수 노조 지위를 놓고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18일 교섭중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놓고 첫 심리가 열렸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에 따르면 재판부는 10월 말까지 추가서면을 제출하라고 두 노조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결과가 언제 나올지 가늠이 안 된다”며 “가처분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노조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의 갈등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그룹 안의 복수노조들 가운데 노조 사이 갈등이 유독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도 삼성생명 노조와 삼성생명 직원노조 등 두 개의 노조가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노조가 삼성생명 직원노조보다 설립시기가 59년이나 앞서고 5천여 명의 직원 가운데 3200명 정도가 가입해 대표성을 지니면서 두 노조 사이에 갈등이 없었다.
반면 삼성화재 노조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설립시기에서 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노조원 수에서도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삼성화재 내근직 직원 5800명 가운데 3200명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는 내근직 직원 600명 가량과 설계사 3600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소송전으로 갈등을 지속하면서 삼성화재의 올해 임금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의 임금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삼성화재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각하 결정을 받았다. 이에 삼성화재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화재 노조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서로 합의를 해야 임금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두 노조의 대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화재 노조는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가 회사를 대변하는 노조라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회사와 평사원협의회노조가 한 몸이고 평사원협의회노조의 노조 전환도 회사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회사에 달려있다”며 “하지만 대화파트너인 우리를 상대로 회사가 임금협상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임금협상 문제를 풀기 위해 법무법인과 노무법인에서 의견서를 받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