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하나카드에 따르면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 등 카드사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사업 본허가를 받아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려는 것과 달리 나이스정보통신과 협력한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처럼 직접 사업을 주도하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쪽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훨씬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신용평가모델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하나카드는 국내 카드시장 점유율이 7~8% 정도로 신한카드 등 점유율이 높은 회사와 비교해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반면 나이스정보통신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 카드결제승인대행(VAN)시장 점유율 23.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천만 건 이상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신용카드거래 승인을 처리하고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며 “나이스정보통신이 그동안 카드결제승인대행사업을 하며 쌓아온 데이터와 역량 등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6일 금융회사 처음으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 본허가를 획득했다. KB국민카드는 8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 예비허가를 받고 당국의 본허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상 신한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카드사가 개인사업자 신용정보사업을 겸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권 사장은 나이스정보통신뿐 아니라 그룹 관계사와도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머신러닝을 활용한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평가모형(CSS)을 도입하고 다양한 대안정보를 대출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금융데이터만 활용했는데 비금융데이터까지 들여다 보고 상환 능력을 판단해 연체율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권 사장은 4월 취임할 때부터 데이터와 지급결제사업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지급결제사업에서는 간편결제 모바일앱인 원큐페이를 고도화하고 있고 데이터사업 쪽에서는 마이데이터사업과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평가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인재를 꾸준히 확보하면서 데이터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5월부터 데이터분석 전문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고 9월에는 IT신사업과 인프라 관리를 위해 IT기획 경력직 채용공고를 냈다.
권 사장은 올해 4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첫날 임직원들에게 “직원과 하나카드가 함께 성장하는 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등 올해 예상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내부역량은 물론 회사 성장의 근간이 되는 손님 기반을 확대하고 데이터·지급결제 관련 사업전략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를 포함한 카드사들은 기존 주요 수입원으로 삼아왔던 결제수수료, 카드론 등의 성장성이 악화하면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 진출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내 개인사업자 숫자는 약 660만 명으로 경제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금융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소득도 불안정해 금융회사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사업자의 신용등급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면 금융회사들이 손실 위험(리스크)에 대비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돼 대출도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1년 8월 말 기준으로 개인사업자의 대출잔액은 610조9902조 원으로 2020년 말과 비교해 9.7%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