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올해 갤럭시S21팬에디션을 출시하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시전략을 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S21팬에디션은 공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출시가 강행된다면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의 흥행 유지와 갤럭시S22의 출시시점 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 노태문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
5일 모바일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지원 홈페이지에서 갤럭시S21팬에디션의 모델이름인 SM-G990B의 지원 페이지들이 삭제됐다.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S21팬에디션을 내놓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톰스가이드 등 글로벌 IT매체들은 “갤럭시S21팬에디션은 출시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면서 결국 출시 취소 수순을 밟고 있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고민이 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애초 갤럭시S21팬에디션은 8월 열린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 등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의 언팩행사에서 함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개되지 않았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갤럭시S21팬에디션을 10월 공개한 뒤 11월~12월 출시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노 사장이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출시 대신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의 흥행 가도를 이어가는 쪽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갤럭시S21팬에디션에 탑재됐어야 할 미국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88’은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에도 쓰이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두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은 8월27일 제품이 출시된 지 1달가량 만에 합산 판매량이 국내에서만 1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판매량 100만 대를 가장 빨리 보였던 갤럭시노트10이나 갤럭시S8과 비슷한 속도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탓에 구매자가 실제 제품을 받아보는 데는 최대 4주가 걸리고 있다.
베트남 스마트폰공장의 가동 차질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조달 난항이 생산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
노 사장은 올해 ‘폴더블의 대세화’를 공언하고 두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을 준비했다.
무선사업부의 역량을 폴더블 스마트폰에만 모아도 모자랄 판국에 갤럭시S21팬에디션까지 출시하는 것은 폴더블 대세화의 실현 가능성을 스스로 낮추는 셈이 된다.
애초에 갤럭시 팬에디션 시리즈는 플래그십 시리즈인 갤럭시S 시리즈와 같은 디자인을 쓰고 남은 재고부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해 내놓는 스마트폰이다.
반도체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 사장이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출시를 강행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노 사장에게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출시는 갤럭시S22의 출시일정과 맞물린 사안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시리즈를 해마다 3월 출시해왔는데 올해는 갤럭시S21을 1월에 내놨다. 모바일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하지 않는 만큼 갤럭시S22도 전작처럼 1월로 당겨 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부 외신들은 애플이 9월 공개한 아이폰13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22를 올해 연말로 더 앞당겨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갤럭시 팬에디션 시리즈는 갤럭시S시리즈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램과 저장용량, 카메라 등 다른 사양은 플래그십 시리즈에 미치지 않지만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동일한 만큼 ‘보급형’보다는 ‘준프리미엄’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갤럭시S21팬에디션이 갤럭시S22의 수요 일부분을 자기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갤럭시S22는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과 함께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수요를 나눠 흡수해야 할 전략모델이다.
노 사장으로서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갤럭시S22에 집중하기 위해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출시부터 취소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1팬에디션과 관련해서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인 만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