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LG이노텍 사장이 스마트폰 듀얼카메라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업체들이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듀얼카메라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부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아이폰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카메라부품사업을 비롯해 전체실적이 타격을 받을 상황에 놓여있다.
박 사장은 듀얼카메라의 공급처를 대거 확보해 카메라부품사업에서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듀얼카메라에 거는 기대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24일 "LG이노텍은 올해 실적회복을 위해 카메라부품사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듀얼카메라시장의 초반 주도권을 잡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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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
박 사장은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공급처 확보에 힘쓰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LG전자 스마트폰 'V10'의 전면카메라에 듀얼카메라를 공급한 데 이어 올해도 LG전자가 내놓을 'G5' 'X캠' 등 스마트폰의 후면에 듀얼카메라를 공급한다.
LG이노텍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과 듀얼카메라 공급계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이 LG이노텍의 듀얼카메라의 공급확대에 주력하는 것은 LG이노텍의 전체실적을 좌우하는 애플의 아이폰이 판매부진에 빠지면서 올해 실적을 방어할 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BNK투자증권은 애플이 대만의 주 고객사인 폭스콘에서 공급받는 아이폰용 부품물량을 대폭 줄였으며 이런 점에 비춰볼 때 LG이노텍이 애플에 공급하는 카메라부품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카메라부품사업이 전체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카메라부품사업의 매출 가운데 애플에 공급하며 거두는 매출이 70%가량에 이른다.
곧 아이폰이 판매부진을 겪어 생산량이 줄어들면 그대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인 셈이다.
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3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81% 급감하는 것이다.
특히 LG이노텍에서 카메라부품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90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카메라부품사업의 부진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애플의 아이폰 발주물량이 줄고 있어 전체실적 부진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듀얼카메라시장이 열리고 있는 만큼 LG이노텍이 공급사를 확보하면 애플 의존적 사업구조를 탈피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또 듀얼카메라는 카메라모듈이 2개 들어가 산술적으로 단순하게 계산해도 단일부품을 공급할 때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1월 지난해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카메라모듈은 듀얼카메라 등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을 확대하며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듀얼카메라시장 얼마나 커질까
박 사장은 듀얼카메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카메라모듈 생산시설에 1천억 원의 신규투자를 집행할 계획도 세웠다.
카메라모듈사업의 부진이 깊어지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시장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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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스마트폰 'G5'의 듀얼카메라는 한쪽 카메라가 135도의 광각카메라로 더 넓은 풍경을 찍을 수 있다. |
LG전자에 이어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도 올해 상반기 듀얼카메라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도 올해 말이나 내년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업체들이 듀얼카메라 채택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성능들이 갈수록 상향 평준화하는 상황에서 듀얼카메라 탑재가 확실한 차별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G5에 탑재된 듀얼카메라는 광각촬영 기능까지 확보됐지만 앞으로 기술적으로 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상을 합성하고 처리하는 알고리즘이 확보되면 3D영상 구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업체들은 더 이상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소경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듀얼카메라 탑재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화소를 높이려면 렌즈가 여러 겹 들어가 결국 스마트폰이 더욱 두꺼워지게 되는데 이는 더 얇은 스마트폰을 찾는 추세와 맞지 않다. 더욱이 현재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의 화소로도 고화질 촬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TSR은 듀얼카메라의 시장규모가 지난해 1500만 대에서 올해 1억6천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의 실적개선은 듀얼카메라가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라며 "듀얼카메라의 신규수요를 흡수할 때 LG이노텍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