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괄사장은 배터리사업에 빠르게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 ‘선투자 후수주’에서 ‘선수주 후투자’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안정적 사업전략으로 선회해 글로벌 배터리 ‘빅3’ 도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김 총괄사장은 기존에 계획했던 2025년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 목표치를 200GWh(기가와트시)에서 더욱 높여 잡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포드와 세울 미국 합작법인의 배터리 생산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2025년 기준 기존 생산능력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곧바로 목표치를 확대·수정해 발표할 계획은 당장 없지만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늘려간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포드와 설립할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SK)’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연산 129GWh 규모로 건설하고 여기에 5조1천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5월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하면서 내놨던 계획 60GWh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김 총괄사장은 7월1일 SK이노베이션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스토리데이(Story Day)’를 통해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40GWh에서 2025년 200GWh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블루오벌SK의 예정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한 만큼 전체 생산능력 목표도 늘어날 공산이 큰 셈이다.
김 총괄사장이 포드와 합작법인을 통해 5조1천억 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기존 배터리사업 전략을 ‘선수주 후투자’로 선회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블루오벌SK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된다.
김 총괄사장은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가운데 배터리 후발주자인 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투자 후수주’라는 공격적 투자방식을 채택해왔다.
김 총괄사장은 이런 공격적 투자를 통해 배터리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왔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순위) 집계를 보면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10위에서 2020년 6위로, 올해 1~7월에는 점유율 5.4%로 5위까지 상승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주잔고는 1TWh(테라와트시), 130조 원 규모로 글로벌 배터리기업 가운데 3위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사업이 제 궤도에 오른 데다 투자규모가 크게 증가한 만큼 안정적 전략을 채택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10GWh 확보하는 데 1조 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투자처럼 배터리기업들은 설비투자에 기본적으로 수조 원이 드는 셈이다. 안정적 투자전략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김 총괄사장은 2025년 ‘글로벌 톱티어(Top Tier)’ 배터리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CATL,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글로벌 3위 위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5년 목표 생산능력을 보면 CATL은 연산 450GWh(증권업계 추정), LG에너지솔루션은 430GWh로 각각 배터리업계 1, 2위로 예상된다. 현재 배터리 수주잔고도 두 기업 모두 1TWh를 웃돌며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안정적으로 수주물량을 늘려가기 위해 완성차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배터리기업들은 전기차시장 성장에 발맞춰 주요 완성차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기준 세계 6위 완성차기업인 미국 GM과 공식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판매량 기준 세계 8위 완성차기업 포드와 협력을 이어간 데 이어 폴크스바겐, 현대자동차그룹, 다임러에 지속해서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업계와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최근 현대차의 ‘아이오닉7’에 들어갈 배터리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량 기준 세계 5위 완성차기업 현대차그룹과 좋은 관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생산능력 목표와 현재 수주잔고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2025년 글로벌 3위 기업 도약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