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메모리반도체인 3D낸드에 집중하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도시바는 이를 위해 의료기기와 생활가전사업도 매각했다.
도시바의 이런 사업재편은 삼성전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 도시바 3D낸드 빠른 추격, 삼성전자 위협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비주력사업을 모두 매각한 뒤 3D낸드 분야 투자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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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로마치 마사시 도시바 사장. |
도시바는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자회사인 도시바메디컬시스템을 일본 캐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6880억 엔 규모로 알려졌다.
도시바메디컬시스템은 지난 회계연도에 매출 2800억 엔, 영업이익 177억 엔을 올리는 등 견조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도시바는 성장동력에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도시바는 최근 소비자가전을 담당하는 자회사도 중국 생활가전업체인 메이더그룹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 여부와 금액 규모는 3월 말까지 결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바가 3월까지인 올해 회계연도에 순손실 7100억 엔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도시바의 창사 140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적자다.
도시바는 실적이 계속해 악화하자 지난해부터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3D낸드를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기기사업과 가전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대규모 자금을 3D낸드 분야에 투입한다면 도시바는 3D낸드 분야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는 도시바메디컬시스템의 매각대금 일부로 3D낸드 신규공장 건설계획을 잡아두고 있다"며 "반도체를 발판으로 삼아 부활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낸드플래시 업체들이 도시바의 빠른 추격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과 기술력 모두 경쟁사보다 앞서있다고 평가받는다. 낸드플래시의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도시바가 이처럼 3D낸드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면 삼성전자는 안심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 연구원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2017년부터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삼성전자 의료기기와 가전사업에도 악영향
도시바가 의료기기사업과 가전사업을 매각하는 것도 삼성전자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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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는 CE부문 아래 의료기기사업부와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을 통해 영상진단기기 등 의료기기를 생산하며 세계시장의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캐논 역시 카메라 기술력을 앞세워 영상진단기기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캐논이 사들이는 도시바의 의료기기사업은 CT분야 세계 2위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캐논은 도시바 인수 이후 의료기기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의 가전사업을 인수하는 중국 메이더그룹 역시 세계 생활가전시장에서 매출 2위를 차지하는 대형 기업이다. 메이더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승우 연구원은 "메이더의 도시바 가전 인수는 국내 가전업체들에게 잠재적인 부담요인이 될 것"이라며 "GE 가전사업부가 하이얼에 매각된 데 이어 가전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도시바는 구조조정을 통해 몸을 추스리며 본격적으로 삼성전자에 맞서게 될 것"이라며 "사업부의 매각이 모두 성사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