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재무적투자자 측과 2년 여 동안 벌여온 풋옵션 분쟁을 일단락했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판정으로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이 주장해 온 풋옵션 행사가 40만9천 원에 주식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면서 신 회장이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신창재 교보생명 경영권 흔들릴 위기 벗어나, 풋옵션계약 이행은 부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다만 풋옵션 계약자체가 무효라는 신 회장 측의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아 여전히 부담은 남아있다.

7일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전날 결정된 국제상사중재위원회 판정을 놓고 이틀째 반박에 재반박을 내며 서로의 승소를 주장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번 중재의 핵심쟁점이 풋옵션조항 자체의 효력 여부가 아니라 주당 40만9천 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 주장의 기각 여부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행사에 따른 매매대금 청구가 모두 기각됐으므로 신 회장의 승소라는 것이다.

어퍼니티컨소시엄 측은 이런 주장에 판결문 원문까지 공개하면서 반박에 나섰다. 

특히 판정부가 신 회장 측을 '패소 당사자(loosing party)'로 명기하고 어피니티 측의 국제상사중재위원회 관련 비용전액 배상과 변호사 비용 50%를 배상을 명령했다는 점을 들어 승소를 주장하고 있다.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신 회장을 향해 "이제와서 풋옵션의 유효성은 핵심쟁점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또다시 막무가내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며 다소 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신 회장은 풋옵션이 무효라는 이유를 내세워 풋옵션 의무이행을 거부해왔는데 판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러한 행위가 주주 사이 계약 위반이라는 점 역시 명시적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장해왔던 40만9천 원의 풋옵션 행사가격을 판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두고는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사전절차가 모두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인 적정시장가치(FMV) 적정성에 대한 판단 내지는 그에 기반한 주식 매수를 판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서 먼저 가치평가 절차를 이행하는 게 순서라고 본 것이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해석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신 회장 입장에서는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이 당초 주장하던 풋옵션 행사가격이 기각됨에 따라 지배구조까지 위협받을 수 있었던 위기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재무적투자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면 신 회장이 주식매수를 위해 마련했어야할 자금은 2조 원에 이른다.

앞서 2019년 교보생명은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어피니티 측 주장을 모두 수용하고 최대주주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있는 특정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다만 풋옵션 자체가 무효라는 신 회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어피니티 측과 절차를 진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어피니티 측은 다시 적정시장가치 결정절차를 밟아 풋옵션 거래를 종결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향후 어피니티 측의 행보를 보고 대응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를 비롯한 일부 재무적투자자는 2015년 9월30일까지 교보생명을 상장시키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풋옵션을 부여하겠다는 계약을 2012년 체결했다.

이후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미뤄지고 2018년 교보생명 이사회가 기업공개를 보류하면서 재무적투자자들은 풋옵션 행사를 요구했는데 신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9년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 판정은 중재법 제35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내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