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협력을 통해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는 윈-윈 전략을 펴고 있다. 

산업은행은 고객들에게 시중은행인 하나은행의 오프라인 영업망은 물론 자산관리·개인은행(PB)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대고객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 하나은행 협력, 고객서비스와 ESG 부족한 점 메우며 윈-윈

▲ (왼쪽부터)성주영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8월30일 서울 용산구 클럽원한남에서 정책금융·상업금융 성공적 협업모델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녹색금융과 혁신기업 투자 등 ESG분야 노하우를 더해 금융권의 ESG경영 경쟁에서 우위에 설 것으로 보인다.

1일 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에 따르면 두 은행의 협력은 산업은행 쪽에서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산업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64개에 지나지 않는다. 오프라인 영업망이 부족한 산업은행이 이를 보완해줄 시중은행을 찾아나섰고 하나은행이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 전격적으로 협력이 추진됐다.

두 은행은 서로의 경쟁 우위가 있는 영역에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공동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점포망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부터 우리은행과 업무제휴를 통해 산업은행 고객이 우리은행 창구에서 입출금 및 통장정리 등 단순거래를 할 수 있었으나 2020년 말 제휴가 종료됐다.

산업은행은 하나은행과 새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다시 수백여 곳에 이르는 국내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비대면 환경에 익숙치 않은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에 해당하는 고객들의 접근성을 보장했다.

다만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의 영업망만 보고 협력에 나선 것은 아니다. 국내 영업점 수만 놓고 보면 이전에 제휴했던 우리은행이 6월 말 기준 815개로 하나은행 634개보다 많다. 자동화기기(ATM) 숫자도 우리은행(4478개)이 하나은행(3679개)을 앞선다.

산업은행은 하나은행의 자산관리(WM)와 프라이빗뱅킹(PB) 역량에 주목했다. 과거 우리은행과 제휴가 단순히 창구에서 단순거래를 제공한 것과 달리 이번 업무협력의 범위가 금융상품·자산관리·디지털서비스 선진화 등까지 넓어진 이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강점이 있는 자산관리 상품과 서비스를 산업은행 고객에게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하나은행과 협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업무협약식이 클럽원한남에서 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클럽원한남은 하나은행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6월 문을 연 복합공간이다.

하나은행도 산업은행과 협력에서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책은행과 제휴를 통해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에서 성과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올해를 ESG경영 원년으로 선포하고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ESG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업무협약에는 탄소중립분야 금융지원과 녹색금융에 공동대응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산업은행의 ESG 분야 노하우를 하나은행에 이식해 ESG경영 확산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4월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사무국과 함께 기후금융포럼을 개최했고 5월에는 P4G 정상회의에서 녹색금융 특별세션을 여는 등 녹색금융 지원 기관으로서 역량을 뽐냈다. 산업은행은 국내 유일의 녹색기후기금(GCF) 인증기관이기도 하다.

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기관의 ESG분야 자율협약인 적도원칙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7년 국내 최초로 적도원칙에 가입해 시중은행의 적도원칙 도입을 지원한다. 하나은행도 최근 ESG경영 강화를 위해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의 협력은 혁신기업 공동발굴과 투자 등 혁신산업 지원 체계 강화를 통해 금융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인 KDB넥스트원과 투자플랫폼 KDB넥스트라운드 등을 운영하며 스타트업 지원역량을 쌓고 있다. 하나은행은 산업은행의 스타트업 투자에 직접 참여하거나 산업은행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에게 하나원큐 등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두 은행은 이번 협력을 장기간 지속해 국내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과거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제휴는 점포공유라는 제한적 영역에서 이뤄진 데다 당시에는 우리금융이 예금보험공사 산하에 있어 민간 시중은행과 협력이라는 의미가 크지 않았다. 이번 협력은 사실상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이 업무 전반에 걸쳐 다양한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더욱 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당장 가시적 성과나 직접적 수익을 바라기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며 “간접적이나마 대한민국 금융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8월30일 정책금융·상업금융간 성공적 협업모델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탄소중립·녹색금융 공동대응, 혁신기업 공동발굴·투자, 금융상품·자산관리·디지털서비스 선진화,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금융창구망 접근성 확대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