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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반상 오른쪽)이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제 2국 시합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
'알파고 충격'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로 평가받는 이세돌 9단에게 2연승을 거두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구글은 알파고를 통해 글로벌 IT기업들의 각축장인 인공지능 시장에서 우위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자율주행차와 동시통역 등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사업에도 날개가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인공지능사업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도 주목받는다.
이 기술을 앞세워 세상을 놀라게 한 장본인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 ‘알파고 쇼크’에 웃는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10일에도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며 2연승을 거뒀다. 이 9단은 9일에 이어 10일에도 알파고에게 불계패했다.
블룸버그는 “구글의 인공지능이 세계적 바둑 챔피언을 꺾고 승리했다”며 “인공지능 기술력이 사람을 뛰어넘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을 증명한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포브스도 “이번 사건은 단순한 승리라기보다 인공지능기술이 더 유연하고 진화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발전속도 역시 기대보다 빠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알파고 쇼크’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높은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번 대국 이벤트에 상금을 포함해 약 13억 원가량을 투자했지만 값을 매길 수 없는 홍보효과를 얻었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는 “이번 대결은 구글이 인공지능의 능력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쇼케이스”라며 “구글이 내건 상금 100만 달러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일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10일 “구글이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글, 인공지능사업에 날개 달다
바둑은 알파고가 넘어야 할 하나의 과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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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의 자율주행차 모델인 '구글카'. 알파고에 적용된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
구글은 알파고의 다음 목표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지목했는데 이 역시 알파고의 최종 도착지는 아니다.
구글의 궁극적 목표는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믿음을 키워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자율주행차인 ‘구글카’를 비롯해 음성인식 서비스와 사물인식 서비스 등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서비스가 사진을 구분해주거나 이용자가 묻는 질문에 형식적인 답을 내놓는 정도로 기초적이다. 자율주행차도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어느 정도 해소될 공산이 크다.
특히 자율주행차사업에서 구글이 원하고 있는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공산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사회적 고정관념을 해소하는데 알파고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동시통역시장도 개척하려고 한다. 이미 실력이 검증된 ‘구글 번역기’에 글로벌 언어에 대한 빅데이터가 결합된다면 세계 인구가 양질의 동시통역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구글의 생각이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8일 열린 대국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세계 모든 사람들이 언어의 장벽 없이 실시간으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린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 핵심기술 ‘머신러닝’과 ‘딥러닝’
알파고는 기존에 나온 인공지능과 매커니즘 측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알파고의 가장 큰 특징은 짜여진 틀(알고리즘) 안에서 매번 같은 대답을 내놓지 않는 직관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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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앞세워 인공지능 기술을 이전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스프링보드> |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 해설을 맡았던 김성룡 9단이 알파고에 대해 “20수를 넘기니 알파고가 정말 사람처럼 둔다”며 말했다.
알파고가 이런 역량을 갖추게 된 배경에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있다. 이는 알파고가 인간의 뇌처럼 생각해 해답을 내놓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머신러닝은 인간이 카테고리를 나눠주면 컴퓨터가 이에 따라 다양한 항목을 분류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을 뜻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와 고양이를 사진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사람이 개와 고양이의 특징을 컴퓨터에 입력해주면 컴퓨터는 이에 맞게 사진을 보면서 개와 고양이를 분류한다.
머신러닝의 한계는 사람이 모든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무슨 대답을 내놓을지 사람이 애초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의 생각’과 거리가 있다.
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인공지능 스스로 이를 고치는 데도 머신러닝 기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머신러닝에 기반해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컴퓨터가 시행착오와 실수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가령 인공지능이 개를 고양이로 착각했다면 왜 착각했는지를 스스로 찾아 공부한 뒤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까지 인공지능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때 100번 중 22번은 오류를 범했었다”며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이 본격발전한 뒤부터 오류가 15%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의 알파고는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직관능력도 키웠다”며 “직관능력이 필요한 자율주행차나 동시통역 서비스 등에서 구글이 한 발 앞서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를 개발해 이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의 자회사 ‘구글딥마인드’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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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 |
구글은 2014년에 딥마인드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구글은 당시 무려 4억 달러(약 4800억 원)에 딥마인드를 사들였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는 1976년생으로 그리스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영국인이다.
하사비스는 유년기에 ‘체스게임’ 유망주로 영국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14살 때 ‘체스 마스터’ 자리에 올랐고 영국의 청소년 체스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하사비스는 인간 체스 챔피언에 도전하는 컴퓨터에 감명받은 뒤 인공지능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입학해 학부과정을 전체 수석으로 조기졸업하는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하사비스는 런던대학교 대학원에서 뇌과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알파고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데 하사비스의 뇌과학 연구가 한몫한 셈이다.
하사비스는 9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난 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