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게 해주겠다는 목적에서 시작된 대환대출 플랫폼이 금융권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환대출플랫폼은 모바일앱에서 시중에 나와있는 대출상품을 한번에 검색하고 이자가 더 싼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원스톱서비스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밥그릇 싸움으로, 소비자를 중심에 다시 놓아야

▲ 4대 금융지주 로고.


당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10월 은행 18곳이 참여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선보여 연말까지 카드사,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순차적으로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다.

목적만 놓고 보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훌륭한 서비스지만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기업 사이 셈법이 복잡하기 떄문이다.

금융당국이 구상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결제원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여기에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출금리 비교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1천만 명 이상 사용하고 있는 핀테크 플랫폼을 활용해야 금융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런 구상에 핀테크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핀테크가 주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면 판매기능을 빼앗기고 단순 상품 제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핀테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부담이다. 은행권은 수수료 부담이 금리인상을 이끌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도 일견 타당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 간편송금, 간편결제 등 기존 금융권과 사업적 거리감이 있던 부분에서 시작된 핀테크기업들은 보험, 카드, 증권 등으로 금융사업을 확대해왔다. 

1천만 명이 넘는 고객들을 기반으로한 플랫폼 경쟁력은 금융상품 판매채널을 장악해나가고 있고 금융사업 확장마다 카드업계, 보험업계, 증권업계도 플랫폼 종속을 우려하며 반발해왔다.

은행권도 이번 대환대출 플랫폼이 핀테크에 판매채널이 종속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이 느끼는 불안감도 이해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법은 사뭇 아쉽다.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 참여가 불확실해지자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에서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제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 중금리 쪽으로 우선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금융당국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이 중금리대출만 참여하면 반쪽짜리 대환대출 플랫폼이 될 공산이 크다. 

중금리대출은 신용점수 기준 하위 50% 이하인 중저신용자가 주요 사용층이다.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20%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금융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목적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이보다 앞서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핀테크기업들의 대출비교 서비스처럼 은행권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금융결제원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은행권이 구축한 플랫폼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뱅크월렛, 뱅크사인 등 은행권이 통합해 만든 금융서비스들은 소비자들에게 한결같이 외면을 받았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실제로 플랫폼을 통해 고객 편의성 높이려는 의도보다는 금융당국을 압박하려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대환대출 플랫폼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소비자가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것은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11일 발표한 ‘7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조9천억 원)보다 32조9천억 원 늘었다. 

자산과열과 과도한 가계부채 등으로 누적된 금융 불균형, 최근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권은 하반기에도 이자이익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국내 일반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6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비이자이익은 감소했지만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이자장사'라는 은행권을 향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