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해외판매에서 꾸준히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불닭볶음면으로 해외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두는 만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은 부담이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해외에서 인기 여전, 해외매출 절반 의존은 부담

▲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


6일 삼양식품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해외매출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에 라면 수출액은 3억1968만 달러(약 3652억243만 원)로 2020년 상반기보다 5.8% 늘었다. 1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쓴 것이기도 하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에 해외에서 매출 793억 원을 거뒀다. 전체 매출은 1년 전보다 10.5% 뒷걸음질했지만 해외매출은 2.6% 증가했다. 

해외매출의 80%정도가 불닭볶음면 매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해외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2천억 원을 들여 경남 밀양에 생산공장도 짓고 있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에 ‘올인’하는 삼양식품의 판매전략을 두고 불안한 시선도 나온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장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특정 인기제품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위험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사이 유행이 변해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경쟁 제품이 등장하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최근 농심은 ‘매운맛’과 ‘볶음면’이라는 공통점에 착안해 신라면볶음면을 출시하기도 했다.

라면기업은 아니지만 해태제과식품은 ‘허니버터칩’ 열풍을 일으키며 한때 매출 순위에서 국내 1위 제과기업 오리온을 밀어낸 적도 있지만 허니버터칩 인기가 시들해진 뒤로 실적 개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말도 나온다. 불닭볶음면 판매가 줄어도 전체 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인기제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기제품을 추가로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삼양식품은 올해 6월만 해도 짜장라면 시장을 겨냥해 신제품 ‘짜장이라구요’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로부터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주력 수출지역 확대와 제품 다양화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며 “세계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해외법인 등 체계화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불닭볶음면을 개발해 삼양식품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2011년 초 우연히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고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불닭볶음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이 연구개발 투자에 지나치게 인색한 탓에 신제품 개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양식품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8년 0.42%에서 2019년 0.38%, 2020년 0.34%로 계속 줄었다. 반면 농심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0년 기준 1.0%로 삼양식품보다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