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의 준법투쟁 방침에 따라 운항을 거부한 기장에 대해 파면결정을 내렸다.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에 강경한 태도로 맞서면서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7일 오후 박모 기장을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에 회부해 파면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박 기장이 비행 전 브리핑 시간을 3배 이상 지연시켜 고의로 항공기 출발을 지연시키고는 돌아오는 편의 비행근무 시간이 초과했다고 비행을 거부했다”며 “의도적인 운항업무 방해이기에 기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기장은 2월21일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 여객기를 조종해 현지에 도착했다. 그 뒤 휴식시간을 거쳐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를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마닐라 도착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근무 규정’에 어긋난다며 돌아오는 여객기 조종을 거부했다.

박 기장이 조종했다면 휴식시간을 포함해 연속 12시간4분 근무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박 기장은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내 중앙상벌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을 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2월19일 쟁의행위를 가결했고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또 조종사들이 출퇴근시 이용하는 가방에 '회자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 몫, 돈은 회장 몫'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부착했다.

대한항공은 서울남부지법에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내고 선전물 부착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규남 조종사노조 위원장과 집행부를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다.

대한항공은 선전물을 부착한 조종사 21명도 9일 자격심의위원회에 대거 회부한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6일 조종사노조에 임금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조종사노조는 8일 집행부와 대의원 20여 명이 참석하는 상무집행위원회를 열어 투쟁 수위와 협상방안 등을 논의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8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연대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 뒤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을 방문해 항공사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철회를 촉구한다.

대한항공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국제선은 80%, 제주노선은 70%, 나머지 국내선 노선은 50%의 조종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