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9일 무거운 마음으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최근 출시된 신형 쏘나타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신형 쏘나타의 생산라인을 점검하면서 환율 하락, 생산능력 부족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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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정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올 들어 세 번째다. 정 부회장은 나흘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이번 출장에 대해 “LF쏘나타의 미국판매에 앞서 품질점검과 대응책을 살피기 위해 출국했다”고 말했다. 신형 쏘나타는 5월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해 6월 초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올 들어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성장세는 매우 약해져 있다. 현대차의 올해 1~5월 누적판매량은 29만7027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대차와 6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닛산은 같은 기간 15%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현대차를 앞서 나가고 있다.
신형 쏘나타 출시는 부진한 미국 판매량에 대한 타계책이 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그런만큼 정의선 부회장도 이번 미국 출장에서 신형 쏘나타의 판매확대에 대비한 품질점검과 판매전략 구상에 많은 시간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에서 챙겨야 할 현안은 비단 신형 쏘나타만이 아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실적 부진이 생산량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 가동률은 이미 100%를 넘어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그런데도 현대기아차는 수년 째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생산라인 증설과 관련해서 아직 뚜렷하게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기아차의 경우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북미지역 공장 후보지로 멕시코를 포함해 여러 곳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신설 등 북미공장 생산라인 확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 부회장의 이번 출장을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한 윤곽도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에서 환율하락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원화강세가 계속되면서 미국시장에 수출되는 차량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반면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완성차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시장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은 현지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현대차는 엔트리 급(같은모델 가운데 가장 저렴한 차)은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사양이 높은 트림은 제값 받기를 하는 양동전략을 통해 판매량과 수익성을 최대한 지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