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의 부동산시장 경고가 공허해, '지금이 살 때' 냉소에 겸손해야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시장을 향한 정부의 경고가 매섭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일제히 부동산시장을 향한 경고를 날렸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합동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향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예측보다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장관 역시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 56만 가구, 수도권 31만 가구, 서울 10만 가구의 주택이 매년 공급된다”며 “금리인상, 가계대출 관리 상황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지면 주택시장 하향 안정세는 시장의 예측보다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대책이 20번이 넘게 나왔음에도 여전히 부동산값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에 부총리나 국토부장관의 경고성 발언만으로 의미있는 효과를 발휘할 리가 없다.

각종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홍 부총리와 노 장관의 발언을 놓고 “정부가 경고했으니 지금이 살 때”라는 식의 냉소적 반응마저 나온다.

원했던 효과는 얻지 못하고 오히려 다급한 속내만 내보인 꼴이다. 

다음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만큼 1년도 안 남은 기간에 부동산 시세 안정화라는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니 다급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다급하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이미 늦었다는 의미도 된다.

정책이 마련된 뒤 실제 효과를 거두기까지 시간적 간극이 큰 부동산정책에서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로는 사전청약 확대,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넘쳐나는 주택수요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과는 모두 거리가 있고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대출규제나 금리인상처럼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만으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결국 부동산정책이 시세의 움직임에까지 효과를 내기 시작하려면 실제로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외와 편법을 들고 시장과 싸우면 백전백패라는 말도 나온다.

불행하게도 실제로 주택공급이 이뤄지려면 무조건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미 부동산정책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공급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때 공급대책을 마련했으면 지금쯤 입주하는 단지가 줄줄이 나오며 공급대책의 성과를 체감하고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만회하기 어려운 실패에 매달리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온전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미 벌어진 상처는 쓸데없이 만져봐야 덧나기만 할 뿐이다.

비웃음거리가 되버리는 경고나 시세를 자극하는 규제를 내놓으며 시장과 한판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는 부동산 공급정책의 지속성과 진실성을 인정해 가기 시작하는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는 일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지역의 조절과 기존 부동산의 용도변경 등 부동산 공급의 장기적 방향을 잡는 일은 그나마 지금이 골든타임일 수 있다.

현재의 연령별 인구분포와 출산율 등을 고려하면서 한국의 인구변화를 감안하는 장기적 방향은 지금 놓치면 정부가 미친 사람 널뛰는 모습을 언젠가 또다시 보여주게 될 수 있다. 

혹자는 인구가 감소하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세가 안정될 것이라고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틀렸다는 점은 이미 일본에서 입증되고 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사회가 심화되면서 지방은 텅텅 빈 상태가 나타나고 도쿄와 같은 대도심의 주택을 향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획없이 허겁지겁 내놓는 주택정책의 끝은 시세안정이 아니라 양극화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시장은 때로는 교활하고 잔혹하기도 하지만 함께 가야할 대상이다. 시장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