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목표로 내세운 ‘2025년 영업이익 1조 원’이 무려 4년 빨리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취임 뒤 회사의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카메라모듈, 반도체기판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집중하며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여주고 있다. 정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LG그룹에서 LG이노텍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선택과 집중'으로 영업이익 1조 유력, 정철동 여전히 갈증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2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이노텍이 올해 역대 처음으로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 1조 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1년 LG이노텍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130억 원으로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1조293억 원을, 현대차증권은 1조817억 원을, 메리츠증권은 1조1908억 원을 전망했다.

영업이익 1조 원은 LG이노텍이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기업은 지주회사 LG를 제외하면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화학 3곳뿐이다. 앞으로 LG이노텍도 이 기업들과 함께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합류해 LG그룹의 성장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이 영업이익 1조 원 목표를 내놓은 것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그는 2020년 10월 LG이노텍 사내영상을 통해 2025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LG이노텍이 2025년을 한참 앞두고 이런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정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정 사장은 2018년 LG이노텍 CEO에 오른 뒤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 고밀도회로(HDI)기판을 비롯해 시장 경쟁이 심하고 수익성 낮은 사업을 차례차례 정리해 왔다. LG이노텍은 조명용 발광다이오드와 인쇄회로기판에서 철수한 결과 영업이익을 1천억 원 이상 개선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이 이렇게 부진한 사업에서 물러나기로 한 이유는 단지 장부상의 숫자를 끌어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카메라모듈, 반도체기판과 같은 잘 되는 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LG이노텍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4차례나 카메라모듈 등 광학솔루션부문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규모를 전부 더하면 약 1조3천억 원에 이른다. 

LG이노텍이 생산하는 카메라모듈은 주로 글로벌 기업 애플의 아이폰에 탑재된다. 애플은 부품 공급사 선정에 까다로운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LG이노텍은 그런 애플과 여러 해째 관계를 지속하며 고부가 카메라모듈 일감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애플이 아이폰 등 모바일기기의 성능 강화를 꾀하면서 자연히 LG이노텍에 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은 고객사의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따른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LG이노텍의 역할이 지속 확대되며 실적이 레벨업되고 있는 것이다”고 바라봤다.

통신용 반도체기판 역시 정 사장이 점찍은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LG이노텍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274억 원을 들여 통신용 반도체기판 생산능력을 키웠다.
 
LG이노텍 '선택과 집중'으로 영업이익 1조 유력, 정철동 여전히 갈증

▲ LG이노텍이 개발한 통신용 반도체기판 RF-SiP(무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기판. 이 기판 위에 통신칩, 필터 등 부품 100여 개를 올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기기의 메인기판과 연결할 수 있다. < LG이노텍 >


통신용 반도체기판은 작은 크기에 높은 주파수를 견뎌야 하는 만큼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또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성능 통신용 반도체기판에 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주력사업 가운데 가장 실적이 저조했던 전장부품사업은 올해부터 연간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가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 전장부품부문은 자동차용 발광다이오드, 자동차용 카메라모듈, 자동차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현재 10조 원을 웃도는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이 LG전자, LG화학 등 그룹 전반적으로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이노텍 전장부품부문의 실적 정상화는 의미가 작지 않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LG이노텍 주가에는 모바일 및 기판소재의 사업가치만 반영돼 있다”며 “전장부문의 사업가치를 반영할 때 발생할 주가 상승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이처럼 정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높일 뿐 아니라 사업규모 면에서도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정 사장은 2025년 영업이익 1조 원 목표를 제시하면서 2022년 매출 10조 원대 달성도 함께 목표로 잡았다.

증권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올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내는 동시에 매출도 10조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내다본다. 메리츠증권은 LG이노텍이 올해 매출 12조6176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정 사장은 실적 목표치를 앞당겨 달성한 뒤에도 성장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해 8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세계 1위 소재부품기업이라고 하기에 우린 아직 부족하다”며 “10조 원 돌파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매출이 목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