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혁신 기술을 앞세운 현대차그룹의 오랜 지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도쿄대회 석권’을 목표로 추진된 기술지원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도쿄올림픽 한국 양궁 금잔치 뒤에 정의선의 현대차 기술지원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을 직접 관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브라질 리우대회 직후부터 양궁협회와 함께 다양한 기술 지원방안을 논의했는데 양궁선수들이 평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듣고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기술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발굴했다.

이를 통해 AI(인공지능),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첨단 신기술을 도입해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전 기반 심박수 탐지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 △선수 맞춤형 그립 등 5대 분야에서 기술을 지원했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자동화 장비로 선수들 각각에 맞는 동일한 화살을 제공해 경기력 향상을 돕는다.

점수 자동기록 장치는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기록하는 장비로 점수와 탄착 위치를 훈련 데이터센터에 자동으로 저장하는 기능도 갖췄다. 각 데이터는 선수의 발사 영상, 심박수 정보 등과 연계해 선수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선수를 지도했다.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는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 측정하고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는 선수 훈련 영상을 분석하며 맞춤형 그립은 선수의 손에 최적화된 그립을 스캔해 3D 프린터로 제작해 선수들의 경쟁력 향상을 이끌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브라질 리우대회부터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는데 이번 도쿄대회에서는 알루마이드 등 신소재를 활용해 그립 재질을 더욱 다양화했다.

알루마이드는 알루미늄과 폴리아미드를 혼합한 소재로 현대차와 기아 생산공장의 다양한 검사공구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알루마이드 그립은 가벼운 데다 미끄러짐이 거의 없어 선수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그밖에도 우레탄이나 원목, 자동차부품 소재로 활용되는 신소재 PA12 등 기성품으로는 제작할 수 없는 재질도 선수의 선호에 따라 다양하게 공급됐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오른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회장까지 37년 동안 한국 양궁을 지원해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도쿄올림픽에도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19년 일본을 찾아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선수촌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진천 선수촌에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도쿄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대회를 열도록 했다.

2020년 초 선수들이 도쿄대회와 동일한 기후 조건인 미얀마 양곤에서 전지 훈련을 할 때도 훈련장을 직접 찾았다. 

이후 부산에서 열린 국가대표 1차 평가전을 직접 관전하며 국가대표 선발 과정을 지켜봤고 지난달 말에는 선수들에게 전동마사지건과 책 ‘두려움 속으로’를 선물하며 최선의 경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13대 양궁협회장으로 재선출돼 2025년까지 양궁협회를 이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도쿄대회에서 26일까지 열린 양궁 경기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양궁 선수단은 올해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여자단체전 9연패, 남자단체전 2연패 등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직 남녀 개인전이 남아 있어 추가 메달도 기대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