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신라면이 쌓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데 그만큼 신 회장의 각오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1일 식품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뒤 첫 신제품으로 ‘신라면 볶음면’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농심이 신라면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세를 이어가는 전략을 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농심은 신라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신라면 볶음면을 출시했다.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유통을 시작했다.
신라면 볶음면은 신라면이 도전해본 적 없는 영역인 '국물 없는 라면'이다. 1986년 첫선을 보인 신라면 브랜드는 30년 동안 라면 국물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2011년 '신라면 블랙'과 2019년 '신라면 건면'이 나왔지만 모두 국물라면이었다.
다만 농심이 볶음면에 처음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너구리볶음면을 출시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신 회장은 그럼에도 간판 브랜드인 신라면을 내걸고 볶음면에 재도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평가가 나쁘면 오히려 신라면의 위상이 깎일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도전한 것이다.
앞서 신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면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신 회장은 "글로벌 라면기업 5위라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생산과 마케팅시스템을 세계 톱클래스로 재정비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심은 라면만으로 매출 2조868억 원을 올렸고 이 가운데 해외매출이 1조 원을 넘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인기를 얻은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와 코로나19로 비상식량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신 회장은 글로벌 1위 기업 도약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서 볶음면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신라면 브랜드의 인기를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에서는 신라면볶음면이 ‘매운맛 볶음면’이라는 점에서 이미 국내와 해외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겨냥한 제품으로 보기도 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라인으로 2020년 연결기준 매출 4100억 원을 거뒀는데 특히 해외매출이 3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매출(1천억 원)보다 해외매출이 3배 이상 큰 셈이다.
신라면은 농심이 2020년 글로벌 라면시장 점유율 5위에 오르도록 이끈 핵심 브랜드로 농심의 해외매출 가운데 4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리뷰사이트 ‘와이어커터’는 지난해 6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신라면 블랙을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신라면 건면(6위)과 신라면 사발(8위)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신라면 브랜드의 위상을 높였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볶음면은 해외에서도 판매할 예정인데 8월부터 국가별로 일정은 조금씩 다르다"며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 먼저 출시한 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볶음면 재도전은 국내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2030세대를 겨냥한 선택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취임사에서 "고객에게 더 큰 만족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제품들로 라면의 가치를 레벨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생산시설과 시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안으로 미국 제2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계획 아래 북미대륙은 물론 남미로도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