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이 친환경에너지설비기업으로 재도약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정상화 과정이 빠르게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존에 추진해온 가스터빈사업 및 풍력발전사업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 재무 빠르게 좋아져, 박지원 친환경에너지 도약도 탄력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21일 두산중공업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8500억 원) 외에도 8월 말 추가 자산처분을 통해 9월 말 만기인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차질없이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종료하게 되면 두산이 채권단에 제공한 담보(두산중공업 지분 40.5%)도 해지되거나 담보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중공업은 자구안 이행을 원활하게 진행할 경우 이익창출력 제고와 함께 대규모 차입금 감축으로 신용도 개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도 두산그룹 주력인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6월14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그룹이 2022년까지 자금상환계획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없는 마무리가 필요하다"며 "두산중공업이 제시한 구조조정계획 약속을 이행하면 계속 도와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눈앞에 두게 되면서 박 회장도 자신감을 지니고 친환경에너지설비분야에서 재도약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최근 미국 원자력 전문업체 뉴스케일파워에 추가로 6천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진행하면서 소형모듈원전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 국내 투자회사들과 함께 4400만 달러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뒤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아 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다.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으로부터 최초로 소형모듈원전 설계승인을 받았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용량 300MW(메가와트) 이하로 원전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을 하나의 원자로 용기에 담은 일체형 원전을 말한다. 

모든 장비가 원자로 안에 다 들어가는 일체형이어서 공장에서 사전제작이 가능하며 원자로 자체는 수조 안에서 작동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소형모듈원전은 전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세울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안전성이 높은 소형모듈원전과 관련해 유럽연합 산하 공동연구센터(JRC)는 올해 3월 말 환경친화적이라고 바라보는 긍정적 보고서를 내놓아 친환경 에너지 산업시대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파워가 협력하는 첫 프로젝트는 미국 발전사업자 UAMPS(유타 지역발전시스템)가 아이다호주에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0년 10월 이 프로젝트에 14억 달러(약 1조6천억 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뉴스케일파워로부터 소형모듈원전과 관련된 검토용역을 수주해 올해 1월 완료했고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2022년부터 UAMPS가 추진하는 원자로 모듈용 대형 주단소재 제작(주조와 단조를 통해 대형 철제 판을 만드는 것)에 착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2035년까지 세계에서 소형모듈원전 650~850기 건설이 추진돼 시장규모가 2400억~4천억 파운드(약 379조~63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회장은 시장전망이 좋은 소형모듈원전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함으로서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최근 진행된 투자협약식에서 “이번 추가 투자를 통해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파워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소형모듈원전뿐만 아니라 가스터빈 발전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26년까지 세계 가스터빈시장 점유율 7%를 확보해 가스터빈 연매출을 3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추진하며 자체적으로 1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그동안 세계에서 4개 국가만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제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최근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며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기반을 닦았다.

두산중공업 풍력발전사업도 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사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5년까지 해상풍력을 연매출 1조 원 이상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이 제시한 자구안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해상풍력, 가스터빈, 수소, 차세대 원전 등 친환경에너지설비사업을 성장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