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1-07-19 17: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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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를 모두 젊은 인재로 채웠다.
변화에 뒤쳐져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랜드 경영 6기(2015~2021년)를 반성하면서 새로운 7기는 젊은 인재에게 맡겨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혁신의 속도를 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19일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이츠의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이랜드리테일은 안영훈 신임 공동대표이사를, 이랜드이츠에 황성윤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이번 임원인사로 박 회장이 2019년 말부터 진행해온 이랜드그룹 경영진 세대교체가 마무리됐다.
박 회장은 2019년 말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임원 교육과 경영진 선임 등 후계자 육성 관련 의사결정은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그룹은 그룹의 역사를 7년 단위로 끊어 셈하고 있다. 경영 기수가 바뀔 때마다 그룹의 비전을 새롭게 정하고 경영전략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랜드 경영 7기(2022~2028년)를 1년 앞둔 박 회장의 인사기조는 트렌드 변화가 심한 패션, 유통, 외식분야에 젊은 감각을 지닌 인재를 투입해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앞서 2019년 말 인사에서 이랜드월드와 이랜드파크 대표이사를 30~40대 임원으로 전격 교체해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는데 2021년 하반기 인사에서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3040세대 임원으로 채우면서 이런 기조를 명확히 했다.
안영훈 이랜드리테일 신임 공동대표이사는 1981년 출생(만 40세)으로 유통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안 대표는 중국과 유럽에서 이랜드그룹의 해외사업을 이끌며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키웠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아동복 및 여성복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등 변화가 빠른 중국 신유통 시장을 직접 경험했다는 점이 발탁 이유로 꼽혔다.
앞으로 최종양 이랜드그룹 부회장의 지원 아래 김우섭 공동대표이사와 함께 이랜드리테일의 신유통전략을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황성윤 이랜드이츠 신임 대표이사는 1982년(만 39세) 태어나 역시 외식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가 됐다.
박 회장은 황 대표가 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이랜드이츠에서 레스토랑간편식(RMR)과 배달서비스, 고급화전략(애슐리퀸즈) 등을 진두지휘했던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단독대표이사로서 기존 김완식 대표이사를 대신해 이랜드이츠를 이끌게 됐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주요 고객인 MZ세대를 깊이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젊은 경영자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미래 40년 혁신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의 이런 변화는 박 회장이 6기 경영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은 데 따른 반성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6기 경영을 시작하던 2015년 중국시장 공략을 통해 세계 200대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박 회장은 당시 “이랜드 경영 5기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까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진행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성장했다"며 "경영 6기가 끝나는 2021년에는 확고한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세계 200대 기업 진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이랜드그룹은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2017년 한국신용평가가 지주사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하면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자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켄싱턴리조트제주 등 알짜 사업을 모두 매각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2014년 매출 4조7천억 원을 냈는데 2020년에는 매출이 4조5600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에 박 회장은 이랜드 경영 7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6기의 마지막 해인 2021년을 그룹 쇄신의 한 해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던 이랜드그룹이 갑작스런 위기에 빠진 원인으로 변화에 수동적이었다는 점을 지목한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 익숙해져 온라인과 모바일채널 중심으로 이동하는 유통업계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2019년 말 정기인사에서 이랜드월드 대표와 이랜드파크 대표로 각각 당시 41세인 최운식 대표이사와 39세인 윤성대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에 따라 패션, 레저, 유통, 외식, 레저 등 이랜드그룹의 주요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젊은 임원으로 채워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