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효과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내 아이스크림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비용 절감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장.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뒤 아직까지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빙그레는 당초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경쟁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는 강수를 뒀다. 해태아이스크림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난 뒤 둘 사이의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이란 시선이 많았다.
국내 빙과시장은 아동인구 감소, 소비행태 변화, 디저트의 발달 등으로 해마다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수요 창출보다는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힘을 싣고 대신 해외시장 공략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는 것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콘아이스크림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고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빙과류의 수출 품목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빙그레는 수출의 절반 이상을 메로나로만 내고 있어 수출품목을 다양하게 꾸릴 필요가 크다.
하지만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진출이 현실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브랜드 사이 정체성 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빙그레는 제품 사이 차별점을 두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해외공략에 나서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아직 조직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빙그레는 기존 해외판로와 영업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조직 구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협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효과를 이미 보고 있다고 보는 시선도 식품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빙그레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에 안으면서 국내 빙과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기 전 두 회사가 각각 연간 기준 매출 8천억 원, 2천억 원 정도를 냈던 만큼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지켜낸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는 빙그레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133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과 생산설비와 유통망을 공유하고 아이돌그룹 오마이걸을 공동모델로 발탁해 비용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빙그레는 2020년 3월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인수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승인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9월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승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