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DB그룹 김남호체제 1년은 순항 중, 젊지만 10년 경영수업

김남호 DB그룹 회장.

“경영자로서 나의 꿈은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나가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2020년 7월1일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식에서 했던 말이다. 

DB그룹은 그렇게 김남호 회장을 새로 맞으며 창업 이래 50년 만에 2세경영시대를 열었다.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젊은 나이에 주목했다. 김 회장은 1975년 태어나 40대 젊은 총수였기 때문이다.

15일 DB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 회장 취임 이후 1년 동안 DB그룹은 김 회장이 취임 당시 약속한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젊지만 10여년 동안 그룹 주요 계열사와 DB금융연구소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후계자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DB그룹은 지난 1년 동안 몇가지 상징적 지표들을 달성했다.

먼저 2020년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룹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다.

2021년 4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다시 포함되며 6년 만에 대기업 지위를 되찾았다.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그룹 자산을 늘린 결과다.

DB그룹은 2010년 초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그룹 규모가 줄었다.

2013년 말 17조7890억 원이던 공정자산 규모는 2014년 14조6270억 원, 2015년 8조1940억 원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한 차례 밀려난 바 있다.

김 회장이 취임 직후 DB그룹은 다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아버지이자 창업자인 김준기 전 회장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끌었던 DB그룹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현재 DB그룹의 주요 수익원은 금융계열사, 그 중에서도 DB손해보험이다. 

DB손해보험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835억 원, 순이익 5022억 원을 내며 그룹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해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순이익 6천억 원대를 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김 회장은 DB손해보험 경영을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인 김정남 부회장에게 맡기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0년부터 10년째 대표이사 사장에 머물다가 김 회장의 재신임을 받으며 2020년 7월 부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은 금융계열사를 베테랑에 맡겨두고 1년 동안 제조부문에 집중해왔다. 금융계열사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미래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특히 DB하이텍과 DB아이앤씨 IT사업부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IT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 8인치 웨이퍼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성장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은 이례적으로 DB하이텍 상근회장에 이름을 올리며 반도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 결과 DB하이텍은 올해 2021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김 회장은 3월 제조부문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DB아이앤씨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며 책임경영을 강화해나간다는 의지를 보였다.

향후 금융계열사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제조업 중심으로 옛 DB그룹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각 계열사별 발전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사이, 금융과 IT, IT와 반도체 사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

[편집자주]

시대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메타버스라는 사이버세계가 광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물론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상생, 동반성장, 사회적 가치 같은 개념은 이미 기업 경영의 기본이념이 된 지 오래고 ESG, 탄소중립, MZ세대 등 새로 등장한 개념들조차 벌써 낯설지 않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읽지 못하면 금세 뒤쳐질 수 있다. 기업들이 리더십을 다시 꾸리고 미래 세대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정치권에는 30대 제1야당 당수의 출현으로 이미 세대교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2022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1부. 재계는 리더십 세대교체 중
1 롯데
2 금호석유화학
3 DB그룹
4. 신한금융 우리금융 

2부. 기업의 미래 세대 읽기
3부. 새로운 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
4부. 2022선거 2030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