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JC파트너스 대표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법인보험대리점을 아우르는 보험부문 기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눈앞에 뒀다.
MG손해보험과 KDB생명에 이어 법인보험대리점(GA) 리치앤코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인수에 성공한다면 세 회사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종철 JC파트너스 대표.
13일 보험업계와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인 JC파트너스가 리치앤코 인수를 추진하는데 성공할 지 주목된다.
JC파트너스의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나오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의 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지난해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세 차례나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말에서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후로도 출자자(LP)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융당국에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현재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JC파트너스의 리치앤코 인수를 놓고 기존에 투자한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무리한 투자라는 시선도 있다.
JC파트너스는 최근 MG손해보험의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6월 말까지 1500억 원을 마련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려 했지만 3분기로 미뤄졌다. 1분기 기준 MG손해보험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08.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험업법 기준인 10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이런 지적을 놓고 JC파트너스 측은 인수한 회사의 출자자들이 다르기 때문에 리치앤코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기존의 자본조달 건과 별개라는 태도를 보인다.
JC파트너스는 약 2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인수와 자본확충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다. 현재 투자자들을 거의 모은 상태며 한승표 리치앤코 대표는 경영권을 넘긴 뒤에도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철 대표가 리치앤코 인수를 무사히 마치게 되면 MG손해보험 및 KDB생명과 시너지를 내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JC파트너스가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을 인수할 때만 해도 보험업계에선 부정적 시각이 있었다. 보험업계 최하위권인 회사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분기 MG손해보험은 순손실 196억 원을 냈다. KDB생명의 순이익은 8억5천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리치앤코를 인수하게 되면 이 대표는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영업력이 낮은 MG손해보험과 KDB생명에 리치앤코의 영업력을 더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1분 기준 MG손해보험의 전속설계사는 929명, KDB생명의 전속설계사는 1148명이다. 전속설계사가 많지 않은 만큼 영업의 많은 부분을 법인보험대리점 채널에 기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리치앤코의 설계사 수는 3693명으로 법인보험대리점 업계에서 12위 수준이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12억 원, 114억 원으로 업계 4위다. 설계사 수 대비 매출은 법인보험대리점 업계 1위로 설계사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리치앤코는 자회사인 리치플래닛을 통해 통합보험관리 플랫폼 '굿리치앱'을 운영하며 디지털 판매 역량도 갖추고 있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앱을 사용하는 빈도수를 뜻하는 활동성 수치는 인슈어테크앱 가운데 굿리치앱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JC파트너스가 리치앤코를 인수한 뒤 세 회사의 시너지를 낼 방안으로 이 대표가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의 제판분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제판분리는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조직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들어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전속설계사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옮기는 등 보험업계에서 판매 전문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제판분리 등을 통해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의 수익성을 개선한 뒤 리치앤코와 묶어 패키지로 시장에 내놓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보험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그룹 등이 잠재적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JC파트너스는 2018년 이종철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이종철 대표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에서 근무하며 대한생명, 셀트리온, 현대로지스틱스, STX에너지 등 이른바 ‘랜드마크 거래’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JC파트너스는 업력이 짧아 신생 사모펀드나 다름없는데 MG손해보험과 KDB생명에 이어 리치앤코 인수에도 나서는 등 보험업계 안팎의 이목을 끄는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 대표의 풍부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