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인터파크 대표이사 회장이 물류나 포털 기반이 없는 전자상거래기업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고 바이오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995년부터 26년 동안 키워온 인터파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3일 투자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내 1세대 전자상거래기업 인터파크의 매각을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업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정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매각대상은 최대주주인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8.4%로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300억 원으로 평가된다. 인터파크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매각가격으로 약 1600억 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B2B) 사무용품기업 아이마켓코리아와 바이오기업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지분은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매각대금과 알짜기업인 아이마켓코리아의 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사업에 투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마켓코리아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 2조8394억 원, 영업이익 405억 원을 거뒀다.
인터파크는 2020년 7월 사내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분사해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한 뒤 줄기세포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 및 맞춤형 헬스케어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파이프라인 단계 신약과 제약회사를 상대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면역 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에 2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인터파크처럼 물류인프라나 포털사이트를 보유하지 않은 전자상거래 전문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09년 G마켓 매각 당시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 시장성이 없고 포털사이트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영업이익보다 더 큰 비정상적 시장구조 속에서 G마켓을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1년 현재 전자상거래업계는 강력한 물류를 기반으로 한 쿠팡과 신세계그룹, 포털사이트 기반의 네이버가 주도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이 회장은 G마켓 매각 이후 인터파크를 공연티켓 예약 중심으로 운영해 점유율 70%에 이르는 공연티켓 예약업계 1위 기업으로 만들었으며 관광 및 숙박시설 예약사업에도 진출해 1~2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키워냈다.
하지만 최근 공연 및 관광, 숙박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데다가 이 분야에도 포털기업들의 손길이 뻗쳐오자 전자상거래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네이버 항공권’과 ‘브이라이브’ 등으로, 카카오는 ‘멜론 티켓’으로 관련 분야에 진출해 있다. 특히 네이버는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팬 커뮤니티 플랫폼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인터파크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 밖에도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해 2조 원의 인수자금을 쥔 롯데쇼핑, 비전펀드로부터 1조 원을 수혈받은 글로벌 여가 플랫폼기업 야놀자 등이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터파크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1692억 원, 영업손실 112억 원을 냈다. 2019년보다 매출은 7.1% 줄고 영업수지 적자를 지속했다.
이 회장은 1995년 데이콤의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인터파크를 설립한 뒤 26년 동안 회사를 지켜왔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데이콤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독립했으며 1999년 인터파크의 코스닥 상장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인터파크는 2008년까지만 해도 옥션과 함께 전자상거래 시장을 양분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분야를 앞장서 개척하는 도전정신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우명도 ‘가지 않은 길’로 평소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간다는 지론을 펴왔다.
전자상거래업계에서 더 이상 ‘가지 않은 길’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