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매각방식이 가닥을 잡았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우리은행을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로 나눠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우리은행 인수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
|
▲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9일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그룹과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경영권을 원하는 쪽에 30% 정도를 매각하고, 나머지는 10% 미만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복안을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30%의 지분의 경우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은 입찰자가 매수를 원하는 수량과 가격을 써내는 방식이다. 정부의 매각 예정가보다 입찰가가 높으면 높은 가격을 써낸 순서대로 지분을 가져가게 된다.
우리은행 매각방식이 정해짐에 따라 오랜 기간 표류해 오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매각방식 확정 발표는 23일 이뤄진다.
신 위원장은 “10% 미만 지분 입찰에 자격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몇개 펀드들이 재무적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들에게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나중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 56.97%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30%를 제외하면 나머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지분은 27% 안팎이다. 이 지분을 적어도 세 곳 이상에 나눠서 팔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30%의 지분을 인수하는 쪽이다. 신 위원장은 30%의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겠다고 했지만 3조 원이 넘는 인수대금이 부담이다. 현재 유일하게 우리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신창재 교보증권 회장도 “너무 돈이 많이 든다면 우리은행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에 대해 경쟁입찰이 어려울 것으로 보기도 한다. 만약 교보생명 외에 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분매각은 유찰된다.
신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 외에 인수 희망자가 있는지 시장에 테스트해 봐야 한다”며 “복수입찰이 안돼 유찰되면 그것만 나중에 다시 팔면 된다”고 말했다. 우선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10% 미만씩이라도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지주의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이라는 ‘3대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3대 원칙에 발목 잡혀 우리은행 매각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3일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 “사고 싶지도 않은 물건을 사지도 못하게 해 놨다”며 “공적자금 밑천이라도 건지려면 입찰자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