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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시바와 후지쯔의 노트북 제품. |
도시바와 후지쯔, 바이오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노트북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며 세계 PC시장에서 강자로 거듭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업체들은 세계 노트북시장이 활발할 당시 프리미엄 제품으로 높은 지배력을 자랑했지만 점차 노트북 수요가 둔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공격적인 전략으로 재기에 성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 합작사 설립에 기대 높아
28일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의 PC 제조사들이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며 노트북시장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도시바와 후지쯔, 바이오가 3월 말까지 PC사업 합병을 결정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PC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협업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업체들의 합작사 설립에는 바이오가 주축이 돼 협력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는 소니의 자회사였으나 수익성이 꾸준히 악화되자 2014년 소니가 분사를 결정하며 독립했다. 바이오는 지난해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마치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도시바와 후지쯔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 세계 노트북시장에서 4.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점유율은 2014년과 비교해 2.4% 줄었다.
레노버와 에이수스, 에이서 등 중화권업체와 HP, 델, 애플 등 미국업체들은 사실상 세계 노트북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후지쯔와 바이오는 세계 10위권에서도 밀려나며 과거의 영광이 무색한 상황에 처해있다.
일본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시장에서 모두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품 라인업도 대부분 고가의 프리미엄 노트북이었던 만큼 수익성도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렌드포스는 "도시바가 일본 외 시장에서 PC사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업체의 신규 진출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3업체의 합작사 설립은 노트북시장에서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이들의 합작사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확실한 지배력을 갖출 것"이라며 "브랜드를 앞세워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이들의 협력은 세계 최대 PC업체들을 위협할 만한 잠재력을 보일 것"이라며 "시장 판도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 과거의 빛 잃은 이유
일본 업체들은 한때 세계 프리미엄 노트북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자랑했다. 그런 일본 업체들이 지금과 같이 침체에 빠진 원인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내수시장 공략에만 주력했다는 점이 꼽힌다.
PC 성능의 상향평준화가 이어지고 경쟁의 중심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로 이동하면서 변화에 실패해 침체를 맞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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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가 출시를 앞둔 윈도 스마트폰 '비즈'. |
전자전문매체 어플라이언스리테일러는 "바이오와 후지쯔, 도시바는 '지는 PC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에 이어 일본 내수시장에서도 직격타를 맞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도시바가 결국 PC 생산을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도 나왔다. 하지만 도시바 대변인은 "PC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일본 업체들은 합작사를 설립한 뒤에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PC 이외의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일본 투자펀드 JIP의 모우에 히데미 CEO는 "합작사 설립은 제품 생산량과 유통채널 확대에 효과를 줄 것"이라며 "노트북 외 다른 하드웨어의 생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는 윈도10을 탑재한 스마트폰 '비즈' 출시를 4월로 앞두고 있다. 노트북 합작사 설립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후지쯔 역시 자체 브랜드의 태블릿PC를 생산하는 등 늦게나마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유럽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
재팬타임스는 "세 업체의 합작사는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부품공급사와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며 "과거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다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