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남미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연초 목표보다 빠르게 판매를 늘리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시장 회복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연초 세운 판매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를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도매기준 모두 202만9539대의 완성차를 팔아 연간 판매목표 416만 대의 52% 달성했다.
현대차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를 9개 지역으로 나눠 권역별 연간 판매목표도 제시했는데 상반기 판매성과를 보면 국내와 북미, 유럽은 ‘선방’, 중국은 ‘부진’, 중남미와 인도는 ‘약진’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상반기 국내와 북미, 유럽에서 각각 38만6천 대, 45만 대, 26만7천 대의 완성차를 팔았다. 연간 판매목표의 52%, 49%, 50%를 채웠다.
중국에서는 상반기 18만8천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연간 판매목표의 34% 수준으로 9개 권역 가운데 유일하게 30%대 달성률을 보였다.
중남미와 인도에서는 상반기 각각 14만7천 대와 27만1천 대를 판매했다. 중남미와 인도 모두 연간 판매목표의 57%를 상반기에 채웠는데 9개 권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0년 상반기 판매량과 비교하면 각각 100%와 98% 늘었는데 이 역시 9개 권역 가운데 가장 높다.
해외 전략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크레타’, 경차 ‘HB20’ 등이 중남미와 인도에서 판매 확대의 공신으로 꼽힌다.
중남미와 인도 등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도로폭이 좁은 곳도 많아 소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타는 중남미과 인도에서 모두 판매되며 HB20은 중남미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대차는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체 판매목표의 절반을 채우며 전반적으로 판매에서 선방했는데 이런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시장은 상반기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을 받은 것과 달리 하반기에는 더욱 빠르게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한다면 2014년 이후 7년 만에 연 초 세운 목표를 채우는 것이다. 현대차는 2014년 한 해 동안 496만4천 대의 완성차를 팔아 판매목표 490만 대를 넘긴 뒤 최근 6년 동안 판매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다.
하반기 중국시장이 회복된다면 판매목표를 크게 뛰어넘을 수도 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판매목표로 56만2천 대를 잡았다. 북미(90만9천 대), 국내(74만2천 대)에 이어 3번째로 많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생산·판매법인을 본사 직속으로 두는 조직개편을 시행하며 중국시장 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현대차 판매 확대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초만 하더라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과 완성차시장 수요 둔화를 향한 우려가 팽배했는데 기우로 끝났다”며 “현대차의 상반기 호실적은 하반기에도 생산 정상화, 신흥국 수요 개선 등을 통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고 바라봤다.
다만 현대차가 올해 판매목표를 크게 넘어선다 해도 이전 전성기 때 판매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가 연초 제시한 판매목표 416만 대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2014년 496만4천 대, 2015년 496만5천 대, 2016년 481만6천 대 등 5년 전만 해도 1년에 500만 대에 육박하는 완성차를 판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등 여전히 글로벌 완성차시장에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각 권역별로 위험관리에 힘쓰고 있다”며 “주요 신차들의 성공적 글로벌 판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