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중소기업의 수출길을 열어준다는 명분과 화물부문 실적이라는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해상운임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항공화물 운임 역시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TAC인덱스가 매월 발표하는 항공화물운임지수에 따르면 올해 6월 홍콩-북미 노선의 항공화물운임은 kg당 7.89달러였다. 한창 치솟던 2020년 5월 기록(7.73달러)보다 높다.
항공화물운임의 상승세는 해운시장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운시장의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해상운임이 계속 치솟으면서 바닷길을 찾지 못한 화주들이 무게가 가볍고 긴급한 화물 위주로 하늘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발생한 수에즈운하 마비사태로 해운시장의 공급부족 상황이 심화되자 항공화물운임은 3월 kg당 5.48달러에서 4월 kg당 8.48달러, 5월 kg당 8.7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항공화물운임의 상승세가 대한항공의 주력 화물노선인 미주 노선에 집중돼있다는 점 역시 대한항공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TAC인덱스에 따르면 홍콩-북미노선과 홍콩-유럽노선의 운임 차이는 지난해 12월 kg당 1.91달러였으나 올해 6월 3.55달러까지 벌어졌다.
대한항공의 1분기 IR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화물사업에서 미주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분기 기준 44%에 이른다. 미주 노선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유럽노선 비중(23%)의 두 배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도 해상운임의 상승과 해운공급부족 사태가 대한항공의 실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 화물 수출회복, 컨테이너선 공급 부족에 따라 미주노선을 중심으로 항공화물 수요가 확대되면서 대한항공은 2분기에 역대 최고의 화물 분기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가 여전히 지속될 정도로 해운시장의 공급부족이 심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3분기에도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에 화물운송사업에서 매출 1조3013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 3분기보다 28% 늘어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최대 비행시간이 약 11시간에 불과해 미국 동부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없는 에어버스의 A330을 중간급유를 통해 미국 동부 화물노선에 투입할 정도로 항공 화물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수출길이 막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대한항공은 1일 한국무역협회와 중소기업의 수출환경 개선을 위한 항공운송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중소기업의 물류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미국 서부 화물노선에 중소기업 전용 공급칸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중소기업의 신규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화물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수출기업들의 물류를 지원한 점을 높게 평가받아 2020년 12월에 열린 ‘제27회 기업혁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상운송의 공급부족 사태가 길어지면서 항공화물시장의 호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수송보국이념을 바탕으로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