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텔린 공급과잉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신 부회장은 에틸렌을 활용해 고부가소재 생산을 늘려 수익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석유화학업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석유화학기업들의 에틸렌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과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 공급 증가분을 충분히 소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시장에서 에틸렌 대규모 증설이 2020~2022년 사이에 예정돼 있었는데 코로나19에도 일정은 지연되지 않았다”며 “공급과잉 때문에 LG화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석유화학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정점으로 실적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의 급격한 증가에를 우려했다. 이 연구소는 최근 '코로나19가 석유화학산업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나프타분해설비 비중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 에틸렌 생산량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공급과잉 및 마진압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이 에틸렌 증설로 국내 생산능력 1위 위치를 굳히게 된 시점과 맞물려 업황과 관련한 부정적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2021년 들어 에틸렌 공급 확대로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제품 판매가격과 원재료 가격의 차이)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스프레드는 2020년 12월 톤당 529달러를 나타냈으나 2021년 1월 484달러로 떨어진 뒤 6월 227달러까지 하락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뿐 아니라 정유업계에서도 수익 다변화를 위해 에틸렌 생산시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에선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석유화학협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에틸렌을 기반으로 하는 일회용품 등 합성수지 소재류 소비가 늘어나 우려할 만한 에틸렌 공급과잉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LG화학이나 한화토탈 등 올해 하반기를 앞두고 석유화학업체들이 신규설비 가동에 나서면서 에틸렌 가격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각 업체들이 시황을 예측하고 증설계획을 짜는데다가 에틸렌 전방산업 수요가 탄탄한 점을 고려할 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2021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합성수지 소재류 소비가 계속 확대되면서 올해 하반기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4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LG화학의 에틸렌 증설은 고부가소재 생산에 필요한 자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 신 부회장은 자신있게 증설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에틸렌 설비 증설과 관련해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지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장기간 안정적 수익을 내온 것처럼 추가 시설 가동으로 수익 안정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전남 여수 공장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을 80만 톤 더 확충한 뒤 최근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LG화학은 이번 증설로 여수 공장 나프타분해설비 생산능력이 기존 120만 톤에서 200만 톤으로 늘었다. 나프타분해설비를 갖춘 충남 대산 공장(130만 톤)과 합산하면 총 330만 톤으로 생산량 국내 1위를 확실하게 굳히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 모두 에틸렌시장에 뛰어든 시점이 맞물리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LG화학이 증설한 에틸렌 물량은 자체적으로 집중하려는 고부가가치소재 생산에 필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에틸렌을 기초로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을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며 “이는 포장이나 패키징에 들어가는 것으로 코로나19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에틸렌 공급과잉 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