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21팬에디션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Exynos) 시리즈의 탑재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나온다.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은 엑시노스 시리즈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출시를 통해 엑시노스 시리즈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9~10월 중 갤럭시S21팬에디션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IT 전문매체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21팬에디션을 지역에 따라 미국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SnapDragon)888을 탑재한 모델과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2100을 탑재한 모델로 나눠 출시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어느 지역에 어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한 갤럭시S21팬에디션을 출시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강인엽 사장으로서는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엑시노스 채택 비중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미국과 중국 출시 제품에는 스냅드래곤을, 국내를 포함한 다수 지역의 출시 제품에는 엑시노스를 탑재해 왔다. 그러나 올해 1월 내놓은 갤럭시S21에서는 내수 모델에도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면서 엑시노스의 비중을 낮췄다.
갤럭시S21팬에디션 출시에서 엑시노스 비중이 다시 높아지느냐와 품질 평가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강 사장에게는 엑시노스의 앞으로 경쟁력에 관한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1팬에디션에서 다시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많다.
그동안 엑시노스는 스냅드래곤과 비교해 성능이 처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으나 올해 1월 출시된 엑시노스2100이 이런 비판을 불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전자기기 전문매체인 샘모바일은 “엑시노스2100은 성능이 스냅드래곤888과 비슷한 수준이다”며 “엑시노스2100이 탑재된 모델의 구매자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1팬에디션 판매전략에 큰 불만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IT 전문매체 아난드텍이 진행한 성능평가(벤치마크 테스트)에 따르면 엑시노스2100은 같은 세대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88보다 전력효율이 낮다.
반면 벤치마크 전문 플랫폼 긱벤치가 진행한 성능평가에 따르면 엑시노스2100은 스냅드래곤888보다 연산을 지속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때문에 엑시노스2100과 스냅드래곤888은 성능상 동급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 사장은 엑시노스2100의 차기작을 통해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을 넘어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1월 강 사장은 엑시노스2100의 출시 영상을 통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이미 엑시노스2100의 차기작인 엑시노스2200을 준비하고 있다고 함께 소개했다.
강 사장은 엑시노스2200에 영국 ARM이 아닌 미국 AMD의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엑시노스 시리즈의 그래픽 처리장치로 ARM의 그래픽 처리장치를 활용했다. 그러나 ARM의 그래픽 처리장치는 성능이 낮아 엑시노스 시리즈도 그래픽 처리능력이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 왔다.
당시 강 사장은 “삼성전자는 가장 진보된 모바일 프로세서(엑시노스2100)를 공개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며 “AMD와 협력을 통해 차세대 플래그십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차세대 모바일 그래픽 처리장치를 탑재하겠다”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200을 7월 안에 공개한 뒤 올해 말에 공식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S22부터는 엑시노스2200이 탑재될 공산이 크다.
갤럭시S21팬에디션의 엑시노스2100 탑재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강 사장은 엑시노스2200의 갤럭시 스마트폰 탑재비중이 커지는 것도 기대해볼만 하다.
강 사장은 2014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당시 S.LSI사업부)에서 SoC(시스템온칩)개발실장에 올랐다.
시스템온칩은 여러 기능을 하는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반도체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도 시스템온칩의 일종이다. 강 사장은 2014년부터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사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왔다는 뜻이다.
이후 강 사장은 엑시노스 시리즈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2100'. <삼성전자> |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2016년 출시한 엑시노스8옥타는 아난드텍이 진행한 성능평가에서 퀄컴의 동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25와 비교해 연산성능은 10% 처지나 전력효율은 25% 높아 사실상 동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엑시노스는 퀄컴의 같은 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아니라 이전 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성능이 비교돼 왔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8옥타에서 처음으로 퀄컴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지난해 내놓은 엑시노스990은 같은 세대의 스냅드래곤865보다 성능이 절반가량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을 엑시노스990 모델과 스냅드래곤865 모델로 나눠 출시했는데 당시 엑시노스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냅드래곤 모델보다 못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갤럭시S21 내수모델에 엑시노스2100이 탑재되지 않았던 것을 놓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990의 실패를 의식해 조심스러운 판매전략을 펼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갤럭시S21팬에디션에서 엑시노스2100 탑재 비중이 커지는 것은 강 사장이 엑시노스990의 실패를 설욕한다는 의미도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