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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월28일 경남 거제에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왼쪽)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과 함께 이날 인도받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드림호' 명명식에 참여하고 있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와 현대상선이 합작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긴다. 경영은 현대그룹이 담당하며 오릭스는 재무적투자자(FI)로 이름을 올린다. 현 회장은 지난해 말 현대그룹을 덮쳤던 유동성 위기에서 한시름 돌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이달 중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특수목적법인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특수목적법인 투자금은 대부분 오릭스가 담당하며 현대그룹은 전체의 20%가량을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지분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며 “이달 중순에 매각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로지스틱스 최대주주는 지분 47.67%를 보유한 현대상선이다. 현 회장도 지분 12.04%를 소유하고 있다. 이외에 현대글로벌 24.36%, 현대증권 3.34% 등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은 총 88.86%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 가격은 6500억 원대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4.1%의 처리방법에 따라 최종 매각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1988년 설립 이후 택배와 물품 배송 및 보관 등 각종 물류 서비스를 담당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3466억 원이며 32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현대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자 3조3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당시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매각은 이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 회장은 애초 현대로지스틱스를 기업공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경영권 매각으로 방침을 바꾸고 지난 4월부터 오릭스와 논의에 들어갔다.
오릭스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나중에 팔아 매각차익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이미 STX에너지에 투자한 지분을 GS-LG컨소시엄에 매각해 수천억 원대의 차익을 거둔 전례가 있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매각으로 현 회장은 최소 3천억 원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 회장은 이에 앞서 현대상선 LNG운송사업부를 IMM인베스트먼트에 1조1천억 원을 받고 팔았다.
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얻은 1800억 원과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에게 대출받은 2천억 원을 손에 쥐었다. 이를 합하면 현대그룹은 총 1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올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은 거의 다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 회장의 자구책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속도는 한진그룹이나 동부그룹과 비교할 때 월등히 빠르다”며 “다음달 중 현대로지스틱스 지분까지 매각되면 유동성 걱정은 더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릭스는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증권 인수 협상에도 뛰어든 상태다. 현재 진행중인 현대증권 예비입찰엔 오릭스 외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인스트리트와 자베즈파트너스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등 범현대가 기업이 현대증권 매각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현대그룹과 밀접한 관계인 오릭스가 유력 협상 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