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을 선정하고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는 5일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했으나 이 과정에서 입찰가격 수정이 이뤄져 재입찰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KDB인베스트먼트는 재입찰을 진행한 적 없으며 거래의 완결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거래 초기에서 원매자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야 거래를 완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정식공고 없이 프라이빗 딜(개별협상) 방식으로 대우건설 매각을 진행한 것 역시 거래 무산(노딜)을 가장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은행은 2018년 호반건설에 대우건설을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후에도 비공식적으로 인수를 타진한 투자자들이 많았으나 마찬가지로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7년부터 손실을 입더라도 대우건설을 팔겠다고 말하는 등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헐값매각 논란에도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려 했던 것과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대우건설을 맡긴 데에는 이런 의지가 반영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대우건설 매각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하는 KDB인베스트먼트의 결정은 이동걸 회장의 의중에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회장이 소환됐다. 이 대표는 “이동걸 회장이 2년 전 국정감사에 나가 2년 정도 기업가치를 높이면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그에 맞춰서 대우건설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면 대우건설 매각작업은 또다시 기약없이 미뤄지게 돼 사실상 이동걸 회장이 예고한 매각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2년 후라는 이 회장의 발언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10년이 넘도록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 대우건설 매각은 이 회장에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번에 대우건설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대우조선해양과 KDB생명 매각에 이어 또다시 주요 자회사 매각의 성과를 남길 수 있다.
다만 201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열흘도 되지 않아 인수를 포기한 적 있어 아직 매각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이번 매각이 빠르게 진행된 데다 실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향후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떠오른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을 마무리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대현 대표는 “원매자들과 잘 협의해 거래를 원만히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비공개 입찰과정의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점도 매각을 진행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 등이 이동걸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원만한 매각 진행을 위해 이 회장이 직접 논란 진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2일 대우건설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동걸 회장과 이대현 대표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대우건설 졸속·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 달라며 올라온 청원글에도 이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6일 오후 2시30분 현재 5천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 회장은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건설을 맡긴 만큼 매각작업에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6월 기자간담회에서 “KDB인베스트먼트가 독립적 의사결정에 따라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나 중흥건설과 협상 교착 등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벽에 부딪힌다면 언제든 이 회장이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제시된다.
이 회장은 2021년 3월 쌍용차 매각을 위해 노사 대표를 직접 만났다. 2020년 8월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 과정에서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면담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