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본격적인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주거래고객 잡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고객들은 앞으로 다른 은행의 영업점 창구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주거래계좌를 옮길 수 있다. 이런 편리함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과 맞물리면서 은행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26일 도입되는 계좌이동제 3단계에 대비해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
|
|
▲ 계좌이동제 3단계가 26일 실시되면서 은행 간 800조 원 규모의 '자금 대이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
계좌이동제 1~2단계는 카드, 보험료, 교통요금, 통신요금 등 기업에 내는 자동이체만 옮길 수 있었다. 서비스 이용창구도 ‘페이인포’ 웹사이트로 한정됐다.
계좌이동제 3단계는 월세, 적금, 회비, 펀드 등 금융회사에 요청해 다른 개인이나 기업에게 보내는 자동송금도 옮길 수 있다. 은행 영업점과 인터넷뱅킹에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출이나 예금 상담을 받다가 곧바로 주거래계좌를 옮기는 일이 가능해진 셈이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주거래고객 전용 상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시중은행들은 주거래고객 전용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 항공 마일리지 연계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지주 아래 있는 은행들은 계열 카드사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도 내놓았다.
일부 은행들은 주거래계좌를 옮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의 경품을 내걸었다. 한국SC은행은 기아차 레이, NH농협은행은 골드바, KEB하나은행은 아이패드 미니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은행들은 계좌이동제 3단계 실시를 통해 ‘자금 대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간에 자동이체로 옮겨진 금액은 799조 원에 이른다. 자동이체에 주로 연된 수시입출식 통장의 잔액도 2월 말 기준으로 358조3875억 원 규모나 된다.
계좌이동제가 제한적으로 도입됐던 최근 3개월 동안에도 83만 명이 페이인포를 통해 계좌 32만 건을 변경했다. 계좌이동제를 실시한 80영업일 동안 1일 평균 계좌변경 건수는 5천~6천 건에 이른다.
계좌이동제 3단계는 3월14일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맞물려 더욱 큰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좌 1개로 예금, 적금,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다. 금융위는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중간에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겨도 비과세 혜택을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는 주거래계좌를 두고 있는 은행을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즉석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연계영업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며 “주거래계좌를 유치하기 위한 은행의 마케팅 경쟁이 과거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