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사장=중도퇴임이라는 흑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으로 정치권과 관련이 깊은 인물들이 많이 온 데다 사업의 특성상 잦은 철도사고의 책임도 피하기 어려워 임기를 채운 사장이 단 한 명도 없는 중도퇴임의 늪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철도 사장은 도중하차 흑역사, 정치적 자리에 사고도 잦은 탓

▲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전 사장. 


5일 한국철도에 따르면 한국철도 제9대 사장이었던 손병석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며 그를 대신해 정왕국 부사장이 한국철도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한국철도의 16년 역사에서 벌써 9번째 사장 직무대행이다. 

한국철도가 출범한 2005년 이후 최근 사임한 손 전 사장까지 모두 9명의 사장이 거쳐갔지만 임기 3년을 채운 사장은 단 한 명도 없다.

2005년 이전까지는 정부기관인 철도청이 철도를 맡아 운영해 왔다. 2005년 1월에 한국철도공사가 출범하면서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한국철도공사는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사장이 교체됐다. 

공기업 사장은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받는 자리다. 하지만 공기업 수장들은 보통 정권 출범에 맞춰 자리에서 물러난다. 

한국철도는 유독 정치권 인사들이 사장으로 많이 임명돼 이런 사례가 잦았다. 

7대 사장인 홍순만 전 사장은 2016년 5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한국철도 사장에서 물러난 뒤 미래한국당(현재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5대 사장인 정창영 전 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으로 2012년 2월 이명박 정부 때 한국철도 사장에 취임했으나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KTX민영화 등 철도경쟁체제 도입을 놓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갈등을 겪다 국토교통부의 요구로 사장에 오른 지 1년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대 사장인 이철 전 사장도 2005년 6월 노무현 정부에서 취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9년 1월 사퇴했다. 이 전 사장은 제12대, 13대, 14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정치인출신이다. 

관료출신이 사장으로 오더라도 사장에서 물러나 당시 정권을 쥐고 있던 정당에 몸을 담고 정치인으로 활동한 사례도 있다.

4대 사장인 허준영 전 사장은 12대 경찰청장을 역임한 뒤 한국철도공사 사장에 2009년 취임했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11년 이듬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자진 사퇴했다. 

6대 사장이었던 최연혜 전 사장도 한국철도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철도청 차장을 지내 철도전문가로 꼽혔지만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사장직에서 중도 사퇴했다.

각종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례도 있다. 

초대 사장이자 마지막 철도청장이었던 신광순 전 사장은 철도유전 개발 의혹에 휩싸여 취임 5개월 만에 자진사임했다.

제3대 사장이었던 강경호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강원랜드 비리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5개월 만에 사장직을 상실했다. 

큰 사고가 발생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다.

제8대 사장으로 2018년 취임한 오영식 전 사장은 KTX 강릉선 탈선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 전 사장은 16대, 17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 사장으로 취임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가 KTX 탈선사고로 전문성 논란이 일면서 취임 10개월 만에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손 사장의 뒤를 이을 사장이 임명돼도 임기를 완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9대 사장이었던 손 전 사장의 임기는 원래 2022년 3월까지였다. 하지만 그가 8개월가량 남은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손 사장은 적자가 늘고 있는 경영상황과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나타난 경영관리부문 성과부진의 책임을 지고 2일 사의를 표명했다. 

손 사장은 1986년 기술고등고시 22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해 국토부 1차관을 지낸 관료출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