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이 회사를 쪼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샘표식품이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샘표식품 주가는 24일 전날보다 3300원(7.57%) 오른 4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샘표식품 주가 상승에는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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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
샘표식품은 23일 주회사 샘표(존속회사)와 사업회사 샘표식품(분할 신설회사)으로 인적분할한다고 밝혔다.분할비율은 샘표와 샘표식품이 0.4860164 대 0.5139836이며 분할 기일은 7월1일이다.
분할이 마무리되면 샘표식품이 양포식품, 조치원식품, 샘표아이에스피 등을 자회사로 두던 구조에서 최상위 지주회사인 샘표가 이 계열사들과 샘표식품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샘표식품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지주사 전환은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샘표식품과 같은 단순한 지배구조에서 지주사 전환을 하는 것은 다소 외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은 식품회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데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이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업계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샘표식품이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30.38%에 이른다. 박 사장과 친인척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이 30.02%인 것을 감안하면 샘표식품은 최대주주 지분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샘표식품이 이처럼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 것은 2012년 경영권 분쟁 당시 대규모로 자사주를 공개적으로 매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샘표식품은 6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 '마르스 1호'가 철수를 결정하자 공개매수를 실시하면서 자사주를 크게 늘렸다.
자사주는 법적으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보통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소각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샘표식품처럼 회사를 인적분할 후 지주사로 전환하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샘표식품이 샘표와 샘표식품으로 나눠지게 되면 지주사 샘표는 보유한 자사주만큼의 분할회사 샘표식품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분할이 이뤄진 만큼 더 이상 자사주가 아닌 자회사의 지분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의결권이 제한되던 자사주의 의결권이 살아나면서 동시에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주사 샘표가 자사주를 통해 받게 될 샘표식품의 지분을 합칠 경우 박 사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은 60%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박 사장 입장에서는 별도의 돈을 투자하지 않고서도 자사주를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샘표식품 측은 “회사 분할 이후 자사주 처리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