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반기에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 뿐 아니라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펼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이 집행되는 시기에 어떤 브랜드가 얼마나 빠르게 전기차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에 따라 테슬라가 앞서는 국내 전기차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 수 있다.
 
현대차 기아 국내 전기차에서 테슬라 앞설까, 보조금 맞춘 공급이 열쇠

▲ (왼쪽부터)기아의 'EV6', 현대차 '아이오닉5' 테슬라 '모델Y(스텐다드)' 메르세데스-벤츠 'EQA' 차량 이미지.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하반기 국내 전기차시장 판매량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양산체제를 빠르게 안정화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가 겹쳐 마이너스 옵션으로 차량을 출고하는 일도 있지만 두 브랜드 모두 전용플랫폼 전기차 생산이 처음인 만큼 물량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생산하는 지가 판매량 경쟁에서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출고를 기준으로 자동차회사가 신청해 받는 구조로 돼 있는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풀리는 시점부터 사실상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중앙정부인 환경부가 집행하는 국고보조금과 달리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하반기 지자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규모가 확정돼 상대적으로 예산 집행이 유동적이다.

현대차는 첫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갔지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인 ‘E-GMP’ 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4월 생산계획을 기존 1만 대에서 2600대로 대폭 축소했다.

이 때문에 차량 출고시점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전계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상반기에 현대차는 테슬라 등과 국내 전기차 판매량 경쟁에서 크게 밀렸다.

테슬라코리아가 올초 선보인 ‘모델Y’는 5월에 3328대를 팔아 차종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국내 수입차시장 1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대표차종인 ‘E클래스’ 판매량보다 1천 대가량 앞섰다.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모델Y’와 ‘모델3’ 등의 차량을 모두 6735대 팔았다.

같은 기간에 현대차는 전기차인 코나EV와 아이오닉5를 각각 1431대, 1166대 판매해 모두 2597차량을 팔았다. 테슬라코리아는 1월부터 5월까지 현대차보다 국내에서 2.6배가량 전기차를 더 많이 판매했다.

전체 전기차 보조금을 결정하는 국고보조금은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와 모델Y 스탠다드, 모델Y 롱레인지가 각각 750만 원과 375만 원, 742만 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현대차의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가 800만 원, 아이오닉5 롱레인지 AWD 785만 원, 아이오닉5 스탠다드 2WD 791만 원, 아이오닉 스탠다드 AWD 774만 원, 코나EV의 모던트림과 프리미엄트림 등이 800만 원으로 결정됐다.

평균적으로 현대차의 아이오닉5나 코나의 국고 보조금이 테슬라보다 많지만 출고가 지연되면서 현대차가 오히려 판매량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테슬라코리아는 1월 모델Y를 국내에 공개한 이후 지방자치단체 등의 보조금 지급시기에 맞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현대차와 판매량 격차를 벌린 것으로 풀이된다.

모델Y는 3월에 한국에 입고돼 고객들에게 인도되는 상황이었지만 현대차는 4월19일부터 일부 사전계약자들을 중심으로 차량을 받으면서 보조금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국내 수입차 브랜드들도 제때 물량을 공급하기 쉽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본사에서 물량을 많이 확보하더라도 국내에 빠르게 들여와 출고하지 못한다면 보조금 지원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해운대란'이라고 불릴 만큼 해상운임비가 급등하는 데다 선박을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하반기인 7월 중에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EQA의 가격을 부가세를 포함해 5990만 원으로 결정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판매량을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국내 사전예약 대수가 1천 대를 넘어서면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올해 본사로부터 들고올 수 있는 최대 EQA 물량을 벌써 넘어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와 달리 벤츠로서는 밀려오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본사로부터 추가적 물량 확보부터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아(EV6)는 국내 주행거리 인증 등이 아직 진행되지 않아 세부적 보조금 규모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도 지방자치단체 추경과 맞물려 국내 출시를 서두른다면 충분히 판매량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충성고객을 지닌 고급 브랜드가 아닌 이상 판매량은 전기차 보조금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대부분 고객들이 주요 전기차에 모두 사전예약을 체결해놓고 빠르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6월 중순에 하반기에 추가경전예산(추경)을 통해 저공해차 보조금을 확대할 계획을 세워뒀다.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시는 상반기 친환경차 지원대수인 1만1179대의 95% 수준인 1만1201대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승용차 보조금으로 9500대를 지원하기로 해 기존(5367대)보다 오히려 2배가량 늘렸다.

부산과 인천도 저공해 승용차 지원 규모를 기존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추경을 집행해 저공해차 통합누리집 사이트에는 7월 말부터 보조금 잔여대수를 반영하기로 하면서 본격적 보조금 타내기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서 전기차시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 생산공장을 갖춘 현대차와 기아가 양산경험을 안정적으로 쌓는다면 상대적으로 탄력적 생산으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