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소재·부품·장비 자립을 통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셀볼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산업 성과 간담회’에 참석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의 길을 더 튼튼하게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며 "핵심 소재부품장비분야에서 자립력을 갖추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핵심 소재부품장비에서 자립력 갖춰 특정국가 의존 낮춰야"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부장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간담회는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2년 동안 소재부품장비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얻은 성과를 공유하고 위기 극복과 산업강국으로 도약하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우리는 상생하며 협력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향해 전진했다"며 "자신감을 느끼고 협력의 방법을 알았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공 공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수출규제품목 공급망이 안정된 사례들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불화수소의 일본 의존도를 50%에서 10%대로 낮췄고 불화 폴리이미드는 자체기술 확보에 이어 수출까지 이뤘으며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또한 글로벌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국내 양산을 앞두고 있다"며 "국내산업에서 비중이 높은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25%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활약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다"며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은 13개에서 31개로 늘었고 소재부품장비 상장기업 매출액도 다른 업종의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소재부품장비2.0 전략을 토대로 한 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 100개 육성, 5개 첨단 특화단지 조성 등 기업 지원방안도 알렸다.

문 대통령은 "소재부품장비 자립을 이뤄낸 경험과 자신감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밑거름이 됐고, 더 강한 경제를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이끄는 선도국가로 우뚝 설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뭐든지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분업체계와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런 성과를 놓고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다고 했다.

앞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페이스북에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으로 ‘소재부품장비 독립운동’의 방향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2년 전 일본이 기습적인 수출규제를 했을 때 청와대와 정부는 국민적 분노와 다르게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로 의견을 모았지만, 문 대통령이 일본의 조처에 대한 정면대응으로 길을 잡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을 담은 보고서를 받고는 한동안 침묵했다고 전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참모들과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문 대통령은 "바둑 둘 줄 아는가? 바둑을 둘 때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이 바둑의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나는 지금이 소재부품장비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승부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메시지를 건의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은 "문 대통령의 평소 화법과 스타일을 생각하면 엄청난 질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렇게 소재부품장비 독립운동 방향이 결정됐다"며 "대통령의 결단과 참모들의 머뭇거림의 차이는 국민을 향한 믿음의 유무다"고 봤다. 

박 수석은 "대통령도 그의 결단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 왜 마음에 걸리지 않았겠는가"라며 "다만 국민이 함께 이겨내 줄 것이란 굳은 믿음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두려움을 이겨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구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