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 대표이사 겸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 전자사업부를 분리해 상장할까?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재무위기 탈출을 앞둔 상황에서 수소사업 등 신사업과 관련된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투자재원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신사업에 들어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두산의 전자사업부인 전자BG를 분리해 상장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두산 전자BG는 인쇄 회로기판의 핵심소재인 동박적층판(FCCL)을 비롯해 반도체 패키징(PKG)에 들어가는 부품과 네트워크 보드에 사용되는 NWB 등 고부가가치 전자부품을 만드는 사업부다.
두산의 2020년 별도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전자BG는 매출 6434억 원, 영업이익(EBIT) 764억 원을 내고 있다. 2020년 두산의 영업이익이 1089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두산전자BG의 유망한 사업전망과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두산에서 분리해 상장하게 되면 조(兆) 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을 상장할 때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에 동종 상장업체의 ‘EV/EBITDA 거래배수’를 곱해 기업가치를 추산한다.
두산BG와 비슷하게 동박적층판(FCCL) 사업을 하고 있는 이녹스첨단소재는 EV/EBITDA 거래배수를 10배 정도 받고 있어 두산BG 역시 기업가치를 1조 원 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투자은행업계에선 한때 두산그룹이 두산BG의 가치를 1조 원 가량으로 상정하고 매각을 검토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두산 전자BG는 글로벌 동박적층판시장에서는 중국, 대만, 일본계 업체 등 상위 10여개 업체와 경쟁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업계 1위의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의 주력사업인 전자BG는 오랜 사업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수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고 고부가제품 매출 증가를 통해 안정적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안을 성실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해왔다.
채권단이 두산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자금은 약 3조6천억 원으로 파악된다. 긴급운영자금(크레디트라인)지원과 추가투입 자금 및 대출로 전환한 외화채권 5억 달러(약 6천 억 원)를 모두 포함한 규모다.
두산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차입금 가운데 약 1조5천억 원을 상환했고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8500억 원)을 비롯한 나머지 자구안을 마무리 지으면 올해 안으로 국책은행 차입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두산그룹이 자구안을 앞으로도 순조롭게 이행한다면 수소사업을 비롯한 신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발전소의 주기기 제작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통해 수소발전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 수소연료전지 분야 1위 기업인 두산퓨얼셀을 통해서도 수소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중공업 아래 놓인 계열사다.
두산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사업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기존 주력인 인산형 연료전지(PAFC) 외에도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은 100% 자회사인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관리하는 신사업부문을 두산에 새로 만들고 물류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신사업 진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다만 두산BG 분리 및 상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