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SGI서울보증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GI서울보증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줄고 있는데 더해 SGI서울보증의 보증시장 독점을 비판하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SGI서울보증 실적둔화 뚜렷, 예금보험공사 공적자금 회수 더뎌져

▲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27일 예금보험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예금보험공사가 SGI서울보증으로부터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은 아직 6조 원 정도가 남았다.

SGI서울보증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의 합병으로 설립됐다.

SGI서울보증의 설립 과정에서 모두 10조25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SGI서울보증은 2005년부터 상환을 시작해 현재까지 4조1333억 원을 상환했다.

예금보험공사는 SGI서울보증의 지분 93.85%를 보유하면서 배당금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문제는 SGI서울보증의 실적이 2016년 이후 감소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SGI서울보증는 2016년 순이익 6143억 원을 냈으나 그 뒤 순이익이 계속 줄어 2017년에는 4600억 원, 2018년에는 4436억 원, 2019년에는 4316억 원, 2020년에는 3288억 원을 거뒀다.

순이익의 감소에 따라 배당성향도 점점 낮아졌다.

SGI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에 부응하기 위해 2013년과 2014년에 75% 수준으로 배당성향을 책정하는 등 고배당정책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SGI서울보증의 배당성향은 2017년에는 50%대로 낮아졌고 2018년 이후에는 30%대까지 떨어졌다. 2020년 SGI서울보증의 배당성향은 32%다.

예금보험공사로서는 SGI서울보증의 배당성향이 낮아지는 만큼 공적자금의 회수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SGI서울보증은 보험사의 회계기준과 관련해 2023년부터 새 회계기준인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서 지급여력(RBC) 비율 등 재무지표 관리기준이 엄격해질 예정인 만큼 대비도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보증보험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SGI서울보증을 설립한 뒤 공적자금 회수를 명분으로 보증보험시장에 민간보험사의 진입을 막았다.

현재 SGI서울보증은 개인보증보험 시장에서는 독점적 사업자이며 주택보증보험 시장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HF) 등과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보증보험시장에서 독과점체제가 20년 넘게 이어진 데다 최근 보험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보증보험시장의 진입을 허용해 달라는 민간보험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간보험사들은 새로운 먹거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보증보험시장이 열리면 많은 보험사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보증보험시장의 독과점 해소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증보험시장 개방, 민간위탁지정제 개선’ 등을 주제 열린 공동학술대회에 참가해 “지난 외환위기 때 보증보험시장에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정부는 이를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신규허가를 제한했다”며 “그 결과 지금까지 독과점구조가 유지되면서 높은 보험료 수준, 상품 및 서비스 개선유인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