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권역담당 사장이 ‘싼타크루즈’ 사전마케팅을 통해 미국 소형 픽업트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은 ‘픽업트럭의 본고장’이라고 불릴 만큼 픽업트럭 인기가 높다. 싼타크루즈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현대차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
▲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권역담당 사장. |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에서 싼타크루즈 사전예약을 한 고객들에게 8월 중에 차량 인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에서 싼타크루즈의 본격 판매를 앞두고 ‘양산 기념식’ 등을 여는 등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무뇨스 사장은 싼타크루즈를 놓고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과 픽업트럭의 장점을 결합한 ‘스포츠어드밴처 차량’이라는 차별점을 앞세웠다.
싼타크루즈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소형 픽업트럭 형태로 제작됐다. 싼타크루즈의 공개된 차량 사이즈는 전장 4970mm, 전폭 1905mm, 전고 1695mm다.
미국 픽업시장에서 중형으로 분류되는 쉐보레 콜로라도 F/L 2021년형과 비교하면 전장은 425mm, 전고는 100mm 작다. 전폭만 65mm 크다.
차체는 혼다의 중형 픽업트럭인 릿지라인과 같은 유니바디 방식으로 제작됐다. 유니바디 차량은 차체와 프레임이 분리되지 않고 일체형으로 구성된 자동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픽업트럭은 바디 온 프레임, 즉 프레임 위에 차제를 올리는 형태로 제작된 차량들이 많다. 유니바디보다 화물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승차감으로 보면 바디 온 프레임 차량은 노면의 충격이 프레임에 직접 전달돼 유니바디 차체보다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무뇨스 사장은 기존 중대형 픽업트럭에 익숙한 고객층 대신에 도심을 다니는 고객이나 SUV를 타는 고객들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미국 소형 픽업트럭 시장을 개척해 현대차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싼타크루즈의 뼈대가 된 투싼이 2020년 미국에서 12만3657대 팔려 현대차의 미국 내 베스트셀링카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점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싼은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6만8896대 판매돼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대형 픽업트럭 시장에선 미국 완성차 3사가 과점형태로 자리잡고 있어 현대차로선 이들의 아성을 뚫기가 쉽지 않다. 미국 완성차 3사의 대형 픽업트럭을 향한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픽업트럭시장은 2020년 판매량 기준으로 대형(풀사이즈)시장이 79.27%, 중형(미드사이즈)시장이 20.7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 대형픽업트럭(풀사이즈)에서 포드와 GM, 스텔란티스(옛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등 3사 브랜드 판매 비중이 94.1%에 이른다.
다만 미국 완성차 3사 가운데서도 ‘픽업트럭 명가’로 불리는 포드가 내년에 소형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잠재적 수요층이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포드는 8일(현지시각) 소형 픽업트럭인 매버릭을 공개한 뒤 현재까지 약 3만6천 대의 사전예약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버릭은 2022년 미국 출시가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의 싼타크루즈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형 픽업트럭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현대차는 픽업트럭 판매의 첫 출발을 하면서 싼타크루즈로 사전예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현대차 산타크루즈는 5월 진행한 사전예약에서 약 1만5천 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됐다. 픽업트럭 명가 포드의 절반 가까운 수준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특히 포드와 달리 현대차는 아직 싼타크루즈의 가격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예약이 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외신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무뇨스 사장에게 싼타크루즈의 성공적 안착은 올해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현대차와 기아의 가장 큰 시장으로 글로벌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픽업트럭 라인업이 주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2020년 미국 차량 판매량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포드의 F-시리즈(78만7422대), 2위는 쉐보레의 실버라도(59만2094대), 3위는 스텔란티스의 램(56만3676대) 등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픽업트럭이다.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 선호 현상이 전기차 시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옛 피아트크라이슬러)들은 앞다퉈 픽업트럭을 중심으로 전기차시대 청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은 베스트셀링 모델 F-150을 전기차 픽업트럭으로 내놓은 것으로 이미 사전예약으로만 7만 대 이상 판매됐다.
GM도 브랜드 가운데 SUV와 픽업트럭 전문 생산인 GMC에서 EV허머(Hummer)를 공개했고 스텔란티스도 램 브랜드로 2024년에 전기픽업트럭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만큼 전기차 픽업트럭까지 라인업을 확대해야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만큼 싼타크루즈가 앞으로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무뇨스 사장은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해 “5월 이뤄진 싼타크루즈 사전예약 신청에서 올해 계획한 생산량의 절반이 판매됐다”며 “7월이면 전부 다 팔리면서 싼타크루즈와 관련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