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규제 빗장 푼다고 일자리가 창출될까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7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새로운 일자리는 새로운 산업에서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마친 뒤 연 부처합동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 부총리는 “신산업을 일으켜 민간의 투자와 수출을 살려내야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규제의 빗장을 과감하게 풀어 2018년까지 약 50조 원 이상의 민간투자를 이끌어 내고 4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참 좋은 얘기다. 그러나 유 부총리의 이어지는 발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유 부총리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정책들을 설명하며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공유경제 지원방안을 꺼내들었다.

유 부총리는 “공유경제의 제도적 기반도 정비하고 공유민박업을 신설해 주택의 숙박서비스 제공을 합법화하겠다”면서 “차량공유를 활성화해 질 높은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유경제가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한 점에 주목해 숙박과 차량, 금융 등의 공유형 서비스를 국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규제의 빗장을 풀겠다고 밝혔다.

공유경제란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일종의 '협업 소비(collaborative economy)'를 말한다. 자동차나 숙박, 사무실, 음식, 책, 가전제품, 정보, 지식 등 공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대상이 되는 개념이다.

세계적인 공유경제 기업으로 차량공유서비스 ‘우버’와 숙박공유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정부는 공유경제의 비즈니스모델이 안착하도록 지원해 한국판 우버나 에어비앤비를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참 터무니 없는 생각이다. 에어비앤비는 창업 9년만에 기업가치가 255억 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191여 개국 3만5천여 개 도시에서 숙소 200만 개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사업자다.

우버도 차량 공유를 중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각국에서 논란이 거센 와중에도 기업가치가 51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정부가 공유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공유경제 활성화가 투자나 일자리 창출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공유경제 자체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착각에 불과하다.

공유경제는 기본적으로 20세기 들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뿌리를 둔 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비워두는 방이나 운행하지 않는 차량 같은 개인 소유의 유휴 자원을 나눠 쓰는 것이다. 투자나 소비진작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인데 그칠 수밖에 없다.

가령 빈 방 하나를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한들 기껏해야 청소를 깨끗이 하는 정도 외에 별도의 시설이나 인력 투자를 얼마나 하겠는가.

공유경제가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IT기업들의 플랫폼 서비스의 한 축에 불과하다. 21세기 IT산업이 산업구조의 측면에서 한편으로 재앙일 수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과거처럼 자본과 인력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기반 때문이다.

이 문제는 올해 다보스포럼의 최대 화두이기도 했다. 무인차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미래 기술융합을 통한 신세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졌다. 다보스포럼 미래고용보고서는 앞으로 5년 동안 7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눈을 돌려보자. 두 기업의 기업가치는 각각 제너럴모터스(GM)와 힐튼을 위협할 정도로 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GM과 힐튼 만큼의 일자리도 만들어냈을까.

정부가 밝힌 공유경제 지원책이 내수 활성화를 겨냥한 점도 어불성설이다. 내수는 소비가 살아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그것이 활성화될수록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차량공유가 빈번해지는 만큼 자동차 구매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이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이유는 또 있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다보니 부처간 조율 없이 급조된 인상도 적지 않다.

정책 발표 뒤 우버의 불법영업을 허용하는 것처럼 비치자 국토교통부는 이날 저녁 부랴부랴 정책브리핑을 통해 알쏭달쏭한 해명을 내놨다. 그 내용의 일부는 이렇다.

“과거 우버는 국내에서 자가용을 이용하여 불법 유상운송영업을 하였으나 ‘15.3월 중단 → 현재 앱을 통하여 승객과 택시를 알선하는 합법적인 서비스 중. 카셰어링은 ‘자동차대여사업’(일명 ‘렌트업’)으로 등록된 사업자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여 무인·시간단위로 차량을 대여하는 사업으로 과거 불법으로 규정한 우버의 영업형태와 다르다.”

대체 어디까지 합법이고 불법인지 그 기준이 참 자의적이기 짝이 없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