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택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부문장 부사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정부가 대출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조치를 올해 순차적으로 종료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만큼 허 부사장이 지주회사 주도로 계열사 재무관리 등 역할을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4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3%로 지난해 4월 말과 비교해 0.1%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수준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납입 유예 등 금융지원을 실시하면서 연체율이 크게 낮아져 금융회사들의 재무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9월 이후 대출 만기연장을 종료하는 등 금융지원조치 정상화를 계획하고 있어 단기간에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에서 이를 대비해 대출 만기 연착륙방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동안 만기연장 대상이 된 대출규모가 3월 기준으로 130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인 만큼 역부족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신한금융과 같은 민간 금융회사 차원에서 대출 만기연장조치 종료에 따른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이른 시일에 자체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에서 그룹 차원의 재무관리를 총괄하는
허영택 부사장이 대규모 대출 부실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그룹 차원의 재무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대응조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 등 주요 계열사가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더 늘리도록 하거나 비용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금융지원조치 만료 뒤 자산건전성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종료가 예정된 만큼 그룹 차원에서 공동 위기대응을 통해 부실자산 최소화에 노력하고 금융불안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차원의 사업전략 수립과 경영목표 설정 및 평가, 재무 건전성 관리 등을 총괄하는 경영관리부문을 신설하고 허 부사장을 부문장에 앉혔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한 종합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지주회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해 그룹 차원에서 일관된 기조 아래 재무관리 등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만든 것이다.
대출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 만료에 따른 대규모 부실자산 리스크는 경영관리부문이 출범한 뒤 풀어나가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부실자산 발생에 따른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회사 신용도와 기업가치 등에 큰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맞은 위기를 넘고 안정적으로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내는 일이 허 부사장의 역할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허 부사장은 신한금융지주 안에서 사실상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다음으로 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2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분간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 확충과 충당금 적립, 비용감축 등 보수적 자산관리 기조를 더 강화하며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만료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부사장은 경영관리부문에서 신한금융지주 주가 부양과 투자금융 등 핵심사업 계열사 협업체계 강화, 새 성장동력 발굴 등 다양한 목표를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만료에 따른 위기 대응 등 단기적 목표와 신한금융그룹의 성장 등 중장기적 목표를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내는지가 앞으로 허 부사장의 역할 확대에 관건으로 꼽힌다.
허 부사장은 신한금융그룹에서 해외사업과 계열사 경영, 그룹 투자금융 등 분야에서 모두 경험을 갖추고 있는 핵심 경영진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경영관리부문장에 오르기 전까지 신한캐피탈 대표이사를 맡았고 신한금융그룹 협업조직인 글로벌 투자금융(GIB) 부문장으로 일하며 투자금융 분야에서 여러 계열사 협업도 주도했다.
신한캐피탈과 신한금융 글로벌 투자금융부문이 모두 허 부사장 아래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며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데 기여했다.
인수합병과 투자 등 지주회사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성장전략도 허 부사장을 중심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허 부사장은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차원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은행부문 인수합병과 관련해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