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의 법정 최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고금리 대출에 의존했던 저축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축은행들은 중금리 신용대출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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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대부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연 34.9%인 법정 최고 대출금리를 연 27.9%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3월부터 시행된다. 이때부터 금융회사들은 대출을 새로 내주거나 연장 또는 갱신할 때 연 27.9%를 초과하는 이자율을 적용할 수 없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 대출금리가 연 27.9%로 내려가면 이전보다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 가운데 상당수를 정리해야 할 것”이라며 “평균 대출금리도 20%대 초중반으로 떨어져 이자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 가운데 상당수가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연 27.9%보다 높게 매기고 있다.
주요 저축은행들의 연평균 금리를 모아보면 1월 기준으로 SBI저축은행 28.58%, OK저축은행 28.17%, HK저축은행 28.36% 등이다. OSB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모아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등 4곳은 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연 30% 이상으로 책정했다.
저축은행들은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중금리의 신용대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출시한 모바일 전용 대출상품 ‘사이다’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사이다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6.9~13.5%대의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이 상품은 4일 기준으로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대출 취급액 200억 원을 넘어섰다.
JT친애저축은행은 연 12~19.9%, 웰컴저축은행은 연 13~19% 금리의 신용대출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OK저축은행도 자체적인 중금리 신용대출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대출 외의 수익원을 찾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JT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OSB저축은행, 인성저축은행 등 4곳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자동차 할부금융업을 등록하고 캐피탈 라이선스를 받았다. 이들은 금감원이 약관심사를 끝내는 대로 자동차 할부금융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자동차를 구입하면 캐피탈사에서 자동차 제조회사에 먼저 돈을 낸 뒤 소비자로부터 일정 기간에 걸쳐 대금을 나눠서 받는 방식이다.
SBI저축은행과 현대저축은행은 올해 항공금융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항공금융은 금융회사에서 비행기를 구입한 뒤 항공사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투자금융(IB)사업을 뜻한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저축은행의 수익성 강화를 지원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이 회장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연계영업을 추진한 끝에 1월 말 우리은행과 저축은행중앙회의 포괄적 업무협약 체결을 이끌어냈다. 저축은행들은 앞으로 우리은행에서 신용등급 문제로 대출을 받기 힘든 고객을 소개받아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골드바 매입 대행업무를 저축은행업계의 공동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바 판매규모는 지난해 1767억 원으로 2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